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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텔의 위기는 노키아 위기에 비견되는 부분이 많다. 노키아도 스마트폰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피처폰에 대한 실적을 버리지 못하고 스마트폰 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바람에 그 짧은 2~3년 만에 현재까지 추락을 했다.


오텔리니 현 CEO가 아직 임기 2년이 남은 상황에서 퇴임을 결정한 것은 현재 경영에 있어서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고 제시 할 경영자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사회의 의견이 반영된 퇴임을 빙자한 해고라는 말이 있지만, 이사회의 역할을 생각해 볼 때 이 말이 사실이더라도 잘못 된 선택으로 보긴 힘들다.





노키아 사례로 본 경영자의 중요성


다만, 노키아 경영자 교체 사례처럼 기업 경영에 있어서 경영자 교체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다. 


노키아도 모바일 시장 대응이 늦어 위기감이 몰려오자 재무 출신 경영자였던,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Olli-Pekka Kallasvuo)를 퇴임 시키고 MS 출신의 스티븐 엘롭 CEO를 새 경영자로 추대했다. 


당시 노키아 이사회는 자체 OS인 심비안으론 스마트폰으로 촉발 된 모바일 정국 돌파가 어렵고, 안드로이드를 도입하기엔 시기적으로 너무 늦어, 이런 흐름을 반전 시킬 수 있는 IT 전문 기업의 CEO를 원했다.


고심 끝에 찾은 인물이 최고의 OS 개발 기업인 MS 출신 이었고, 그 인물이 스티븐 엘롭이었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만으로 본다면 이 선임은 최악의 실패 사례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게 받은 인상은 자체 OS 심비안을 폐기하고 하루속히 노키아를 MS의 하청 기업으로 만들려는 모습이 보일정도로 친 MS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모든 기업 역량을 MS의 윈도폰 OS를 활용하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려 했고, 그 결과물은 노키아는 본사 건물까지 매각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피처폰과 시장 주도권을 빼았긴 심바안, 미고 OS 개발등 불필요한 사업 정리는 필수 불가결 했겠지만, MS 윈도폰 보다 충성도가 높았고 아직 사용 유저층이 남아있던 심비안 지원을 축소한 결단은 경영자로서 자질이 있는지 의심이 될 정도다.


노키아도 엔지니어 집단으로 이미 애플에 비해서 터치 기반의 스마트폰 컨셉을 최소 3년 이상 먼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치 있는 기업이었다. 경영자 하나가 노키아를 현재 상황에 놓이게 했다는 비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속화 시켰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점에서 인텔의 경영자 교체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나마 인텔은 현재까지 자신들만의 후계구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사회가 중심이 되어 10년 가까운 논의를 거쳐 신임 경영자를 선임하는 시스템으로, 현 CEO인 오텔리니의 선임도 이런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선임후에는 후계자 수업을 위해 인텔이 추구하는 미래 분야에 대한 다양한 기술 교육과 경영 교육이 병행이 된다. 1994년 인텔 CPU 오류 사건으로 크게 회사가 흔들리고 있을 때 크레이그 배럿 이후 경영자인 오텔리니를 빠르게 선임해 흔들림 없이 기업을 이끌 수 있게 했던 것도 이런 시스템 덕분이었다.


노키아, 소니 같은 후계 경영자 선임에서 실패한 기업들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을 보면, 현재 위기 상황인 인텔은 좀 더 냉정하고 냉철한 미래 비전을 가진 경영자 선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펜티엄 버그 사건의 교훈을 잊지 말자?


인텔이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텔 역사상 최악의 실수로 기록되는 “5억 달러의 교훈”으로 기록 된 펜티엄 버그 사건의 기억도 되살려야 한다. 


94년말에 있었던 이 사건은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토마스 나이스리(Thomas Nicely)교수가 펜티엄 CPU의 부동소수점 연산에서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시작됬다. 


문제는 이 오류가 일상에서 발견하기 힘든 매우 사소한 버그였지만, 엔지니어 마인드에 빠져있는 인텔 경영진과 인력들의 안일한 대응으로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게 된 것이다. 


당시 인텔에서 직원은 자신들이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진화 된 마이크로 프로세스를 개발한다는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이 팽배해 있었다. 한마디로 자신들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따라서 몇몇 과학자나 엔지니어 집단에서 제기한 이 문제는 실 생활에서는 평생에 한번 일어날까말까한 일로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후 다양한 루트로 제기되는 문제 제기에 대해 상대방의 의견을 비웃고, 우습게 생각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들의 무대응의 심각성은 IBM이 주문을 중단했을 때마저 대수롭지 않게 생각 했다는 것에서 찾아 볼 수 있다. IBM 주문 중단 사실이 비즈니스 위크에 소개되고 일반 소비자는 이에 격분해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회사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급기야 5억달라 상당의 CPU 교체를 단행하고 엔디 그로브 회장이 펜티엄 컴퓨터 이용자가 제기한 부동소수점 연산 오류가 2만 7천 년에 한번 일어날 일이라는 적극적인 항변이 시작 된 뒤에야 잠잠해지게 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인텔에 전문 홍보팀이 생겼고, 이때 망가진 인텔 브랜드 개선을 위한 세계 최고의 IT 캠페인으로 일컬어지는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이 시작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에서 알 수 있듯, 경영자는 기업 내부 직원들의 자부심 고취와 오만에 늘 경각심을 새워줄 수 있는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 자부심과 오만의 경계는 매우 미묘해서 자칫 이를 오해하는 경우 과거에 업적과 성과에 기들여져 현실을 외곡하는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이를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인텔이 모바일 시장이 개화 된 초창기에 선제적으로 저전력 프로세스 개발과 모바일 시장에 전략적 대응을 못한 것도 이들 기업의 자질이나 능력, 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늘 세계 최고였다는 자신들의 오만함이 빚은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당시 시장의 주류는 모바일 제품이 아니라 PC 제품들이 주류였고, 모바일 제품을 한낱 마니아의 전유물이나 피처폰 수준의 통신 수단으로만 인식한 오류, 자신들은 최고이기 때문에 시장에 언제든 능동적으로 대응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오류, ARM 같은 기업을 자신들보다 하수로 여기는 오만함의 오류가 결국 인텔이 모바일 시장에서 쓴맛을 보게 되는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현재 모바일 시장에서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인텔은 전설적인 경영자인 엔디 그로브 회장이 주창한 것과 같은 “5억 달러의 교훈”으로 일컬어지는 펜티엄 버그 사태를 반면 교사로 삼아, 엔지니어 자부심만 생각 할 것이 아니라, 경쟁 기업이 자신들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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