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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컴퍼니제도의 다른 문제점은 경쟁이란 틀안에서 체급이 다른 상황임에도 모두 동일한 조건과 핸디캡을 가지고 싸우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워크맨, PC, TV, 영상장비를 사업간 시장 규모나 산업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서로다른 시장을 가진 제품들도 모두 경쟁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소니 컴퍼니 제도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제도 도입 당시 사업간 경쟁만을 유도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각 컴퍼니간 성과를 수치적으로 비교하며 상대 평가가 이루어지는 구조로 조직이 개편되다 보니 각 컴퍼니의 간부들부터 평사원에 이르기까지 급료와 보너스가 각 컴퍼니의 매출에 영향을 받게 된다. 


또, 성과주의라는 것은 서로 노력한 실적에 맞는 성과를 주겠다는 원칙이 있어야 했지만, 사원간의 평가가 특정한 비율에 따라 성과를 제공하는 절대평가가 만연하다 보니 성과의 원칙이 훼손되며 의미가 퇴색하게 된다. 






사원간 차별 부르게 만든 상대평가제도

예를 들면 10명의 사원이 일하는 부서에서 목표 이상의 성과가 나와도, 평균 실적을 기준으로 상위와 하위가 나뉘어 성과 지표가 계산되다 보니, 전체 사업부는 큰 이익을 냈음에도 마이너스 성과를 만든 사원이 생겨 서로간 차별을 불러오게 된다. 


이런 부서 하나 하나가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자기 실적을 손해 보더라도 조직을 위해 희생 할 수 있는 지원토대가 되어야 하는데, 서로 경쟁만 부추기다 보니, 자기 실적을 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인드가 조직에 생겨나게 된 것이다. 


상대평가를 위한 목표 설정도 불란을 야기할 소지가 많았다. 목표 설정을 직속 상관과 면담을 통해 결정하게 했고, 면담을 통한 기준이 애매모호해 상관의 입김이 많이 깃들게 됬다. 실제 전년도 업무 성과나 현재 실적 추이 등이 고려되지 않고 상관의 개인적 기준에 의해 상대평가가 진행되니 전횡이 나타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 바로 정리해고 였다. 실적주의에 근거한 마이너스 평가 대상자를 2003년 정리해고 하기 시작했고,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향하게 만든 요인이 됬다. 


관료주의가 다른게 아니다. 근거와 원칙 없는 전횡이 관료주의의 핵심인데, 소니는 이게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매우 불손한 형태로 뿌리내리게 된 것이다. 



원칙 없는 경쟁과 성과주의

이 같은 불건전한 원칙에 근거한 잘못 된 평가제도는 조직내의 문제 의식을 결여 시켰다. 같은 소니의 사원이면서도 부문이 틀리면 사실상 별개의 회사로 여기는 인식이 팽배했고, 이 문제는 실제 심각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소니의 한 신제품이 시장에서 정상가보다 싸게 팔린적이 있었는데, 대리점이 상부에 보고 없이 이벤트 상품으로 둔갑시켜 정상가보다 30% 싸게 판 것이다. 


문제는 이 제품 판매가 소니 정책과 위배 된 것이었고, 해당 대리점엔 많은 소니 직원이 제품 구매를 이유로 방문해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속한 사업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 문제를 해당 사업부에 알리지 않았다. 


나중에 일반 소비자의 제보가 있은 뒤에야 이 문제를 알고 대책을 세웠다는 일화를 보면, 현재 소니의 조직 충성도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소니는 컴퍼니제도의 빠른 의사 결정과 부서간 경쟁을 건전하게 유도하는 장점을 활용하기 보단,그저 의사 결정의 효율화와 직원 관리 관점에서 접근해 원칙을 바로 세우지 않고, 조직의 충성만 강요하다 직원들의 신의를 저버린 꽤 유용한 경영 실패 사례를 만들어야 했다. 


그런 소니 덕택에 장/단점을 가진 컴퍼니 제도는 단점만 가진 악습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소니식 컴퍼니제도 리더쉽 공백을 만들다

애플과 소니의 조직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독립성을 갖춘 개별 조직의 수징이 스티브잡스 휘하에서 CEO가 그린 경영 비전을 실현한다는 정책 기조는 비슷했지만, 소니와 애플이 달랐던 점은 애플은 결국 모든 결정과 책임을 CEO가 지고 결정하는데 반해, 소니는 각 컴퍼니 (사업부)의 리더가 책임졌다는 점이다. 


컴퍼니 제도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려 했다면 바로 이런점에서 경쟁의 원칙과 룰을 만들고 각 사업부간 업무 협죠나 기술 개발의 공유에 대해서 손해보지 않을 제도적 보완장치가 있어야 했지만, 권력만 이양해놓고 이 권력이 올바르게 쓰여지게 만들 원칙과 체계를 새워놓지 않았다는 점은 큰 패착이 아닐 수 없다. 


애플처럼 오너쉽이 꼭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소니처럼 조직으로 움직이는 기업에서 리더의 역할을 생각해 보면, 스티브잡스처럼 능력있는 경영자가 아니더라도 조직의 중심을 잡아줄 리더쉽의 부제는 소니의 중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모리타 회장이후 이데이나, 오가 시대가 있었지만, 이들은 실적만 생각하다 소니를 구렁텅이로 밀어넣은 인물이었고, 이후 스트링거도 합리적 경영 기조만 외치다 결국 주가 반토막이란 현실만 남기고 퇴임한 점을 생각하면, 소니에게 리더쉽은 좀 더 원론적인 고민을해봐야 하는 주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결국 이런 리더쉽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결과 당장 돈이 되는 기술엔 스폰을 지원해 성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기초 연구나 장기 실험 과제 같은 장기 프로젝트는 수년간 수익 실현이 힘들다는 이유로 투자를 개을리 하게 되는 원인이 됬다.


이정도 되는 기업은 단기간에 이렇게 위축되고 위기가 찾아오지 않는다. 서서히 부서장부터 말단직원에 이르기까지 무력감이 쓰며 들며 서서히 조직이 병들기 시작하는데, 소니는 그런 과정을 컴퍼니제도가 도입되며 시작됐던 것이다.


결국, 소니는 삼성에 반도체, LCD, 모바일에서 급격하게 밀리기 시작하고, 기술에서도 밀리며 기술 기업이 아닌 마케팅 컴퍼니로 변화한 것이 첫번째 실패요인이라면, 이를 조직적으로 막지 못한 경영진의 무능이 두번째 원인일 것이다. 


세번째는 이런 모든 상황을 아우르는 관료화가 아닐까 싶다. 


컴퍼니 제도의 핵심인 비용의 투명성, 의사 결정의 스피드, 조직의 유연성인데, 스스로 이 제도의 본질을 꽤뚫지 못한체 기업의 실적 향상에만 골몰한 경영진의 태도는 결국 소니의 추락을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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