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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영화중에 “일본침몰”이란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는 일본이 환태평양 조산대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지각판의 움직임에 따라 국토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설에 근거하고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최첨단의 기술이나 그 어떤 군사적 기술로도 이 위기 극복이 불가능하고 단지 진행 시간을 늦추고 일본을 탈출해 새 삶의 터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종말론적 관점을 제시한 영화다. 







영화에서는 극적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휴머니즘을 절묘하게 녹여내기는 했지만 결론적인 내용은 휴머니즘 뒤에는 감동이나 행복이 아닌 현실에 대한 위협만 남겨놓았다.


이런 위협적인 상황이 절묘하게 소니의 상황과 대비되는 것은 일본이 곧 소니라는 인식이 어느새 우리 뇌리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니는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일본 IT 계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경제의 번영과 성장의 상징이 곧 소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 아마 이런 인식이 일반인 뇌리에 깊게 각인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소니와 일본 경제의 관계는 특별한 함수 관계처럼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소니의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소니를 분석하면 일본을 알 수 있고, 일본 경제를 들춰보면 소니의 작금의 현실을 어느정도 이해 할 수 있다는 대목으로 해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추락하는 소니의 위상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이나 LG가 일본의 소니를 넘어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여겨졌다. 일본에서도 소니는 그런 자심감의 표상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선 소니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 끝없는 실적 부진, 경영적 위기등을 겪으며, 드디어 자신들의 아래로 보던 삼성, LG에 앞을 내주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세계 IT계의 거목이었던 소니는 무었 때문에 침몰하고 있는 중일까? 이에 대해서 힌트를 하나 찾아보자면 소니 바이오 사업부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미야자키 타쿠마가 쓴 <소니침몰>이란 책에서 몇가지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소니의 문제는 기업문화 실종, 성과 주의, 매출지상주의, 주가 근본주의를 소니 침몰의 4대 요인으로 꼽고 있다. 



“소니는 기술을 존중하며 사내에서 아이디어를 가진 조직이나 인력을 후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미야자키 타쿠마의 이야기에 따르면 한창 잘나가던 시절의 소니 시절은 “이상공장 건설”이란 슬로건 하에 기술에 있어서 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 장인정신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 장인 정신이란 것은 고객의 요구를 묵살하고 기업의 철학과 정책을 따르는 막무가내 정책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것 그 이상을 제공하겠다는 기술적 접근이었다고 한다. 


인텔이 제품에 인텔 브랜드 노출시 제공하는 마케팅 지원금도 포기 할 정도였다는 사실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지독한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고, 자신들의 브랜드와 기술에 몰입되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이렇게 기술에 집중하고 자신들의 브랜드는 곧 기술로 암시하던 이들이 왜? 자신들의 문화를 배척하고 성과 주의, 매출 지상주의, 주가 근본주의로 들어선 것일까?






경영 전략과 혁신에 실패한 고집덩어리..


경영 이론에 보면 "프로크루스테스 콤플렉스: 모든 일을 자신의 잣대로 해석하고 안주하는 현상"란게 있다.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괴물들을 물리치는 여행을 하던 중 침대를 가지고 여행객을 괴롭히는 프로크루스테스를 만났는데, 그는 나그네들을 자신의 침대에 눕혀서 침대보다 키가 크면 다리를 잘라 버리고, 작으면 늘여서 고통을 주었다고 한다. 


테세우스는 그와 혈투를 벌여 이긴 후에 똑 같은 형벌을 주었다는 일화인데, 경영 이론에서는 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자신이 세운 기준에 얽매여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에 비유되 활용된다.


한마디로 소니가 바로 그런 존재 였다는 것이다. 소니 내부에서는 이미 관료주의와 할거주의 같은 ‘대기업 병'이 대두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독선적인 기준으로 독자기술과 독자표준에 집착한 나머지, 갈라파고스화 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세계가 데이터압축에 MP3기술을 도입하는 와중에서도 ‘AT RAC3’이라는 자사개발 규격만을 고집하느라 MP3 시장 투입이 늦어 시장과 기술을 모두 잃었던 것이 하나의 사례이다. 게다가 조직이 거대화되되고 컴퍼니제도가 도입되면서 각 조직간 소통도 제약을 받기 시작했다. 


비슷하 개념의 상품을 회사 내부에서 동시에 개발해 중복 개발비 투여는 물론, 개발 된 기술 활용에도 돈을 지불해야 하는 병폐를 낳은 것이다. 하드디스크 내장 TV녹화기의 경우 ‘코쿤’, ‘스고로쿠’, ‘PSX’ (게임기 겸용)의 세 상품이 비슷한 컨셉으로 날립한 것이 하나의 예라고 볼 수 있다. 


소니는 경영전략 뿌만이 아니라, 아집까지 생기면서 실패하는 기업들의 표상이 되고 있다. 오늘부터는 이런 소니에 대해서 시리즈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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