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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쓴 칼럼 "한국 IT 미디어 비평, 파블과 싸우는 기자들.." 을 쓰면서, 그다지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었다. 이미 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블로거들 사이에선 호프집 안주거리와 같은 것이었고, 이 이야기를 시작한 것도 최근 변화하고 있는 미국의 IT 지형과 미디어 관계를 보면서 한국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 될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 때문이었기에 그저 사안 정리쯤으로 생각하고 쓴 글이다.
그런데 예상외로 몇몇 분들이 반응을 보여 셨고, 떡이떡이란 닉네임을 사용하는 현 전자신문 기자인 서명덕 기자가 이와 연계된 글까지 올려주어 큰 반향까지는 아니지만, 매체자 IT 기자들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서명덕 기자의 글은 외부의 시각이 아닌 매체 기자의 시각이었지만, 현재 한국 IT 매체들이 가진 한계와 매체가 보는 한국 시장에 대한 분석이 담겨 있어서 꽤 의미가 있는 글이란 생각이어 이에 대한 논의의 연장 선상에서 이글을 기획하게 되었다.
서명덕 기자의 글은 "한국에서는 아무리 좋은 IT미디어라도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 잡썰 몇가지" 이 제목으로 한국 IT 매체와 미디어 시장의 한계를 다루고 있고, 그 상황에서 매체쪽에서 가질 수 있는 입장을 적절하게 풀어 이야기를 해주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꼭 보기를 바라는 바이다.
한국 IT 미디어의 문제점은?
매체에 종속 된 기자가 아닌 블로거 입장에서만 바라 보던 생각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매체도 결국 기업이기에 생존이 담보되지 않은 저널리즘은 상상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고, 한편으론 시장이 그렇기에 그럼 기존 것에 안주해야 하나란 역설적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일단, 들어가기에 앞서 서명덕 기자가 자신의 글로 이야기하는 내용을 간단히 집어보려고 한다.
몇가지 줄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IT 시장의 한계성과 연관지어 IT 미디어 소비 시장도 생각보다 그 폭이 넓지 않다는 것, 대형매체(조/중/동 같은..)가 전문 매체 영역까지 침범해 시장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점 (하긴, 머니투데이에서 스포츠 뉴스 기사를 쓰는 것도 봤으니..), 뉴미디어 다양한 경쟁 상황이 만들어지는점, 한국의 IT 미디어 소비층이 너무 얕다는점등이 그 요체라는 생각이다.
그 분이 이야기한 내용을 요약해 보면 이렇다.
1. 한국 IT 기자 개념 도입이 10~15년 정도라, 기술적 배경을 가지고 글쓰는 기자가 손에 꼽으며, 매체간 경쟁이 치열해 IT 미디어에서 글만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 (그래서 인지 능력 있는 기자들이 많이 이탈했다)
2. 기본적으로 IT 미디어 시장이 예상외로 작고, 이것은 IT 미디어에 돈 줄이 되줄 IT 기업이 현실적으로 삼성, LG 정도라 시장 확장이 어렵고, 이 때문에 다른 분야에 비해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3. 한국 IT 매체는 사업성이 결여되 있어 기자들이 성장 할 자양분이 부족하다. 이유는 IT를 소비 할 독자층이 매우 얕기 때문에 돈 안벌리는 매체는 망할 수 밖에 없다. (온라인 형태의 영세 매체라면 모르겠다
4. 블로거와의 경쟁에선 전문성으로 무장 된 사람을 기자가 이기는건 불가능하다. (기자로서 갖는 고민을 이야기 한것은듯)
산업간 경쟁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IT 기자 출신이 아닌 기자가 IT 이야기를 다루고, 매체간 경쟁이 촉발되면서 돈벌이가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 이게 현재 IT 산업의 현주소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IT 매체로서 미국처럼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고 싶어도, 돈/인력/산업적 기반 모두가 부족해 망할 각오로 도전하는게 아니라면 쉽지 않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안타깝다. 기자분들을 통해서 가끔씩 전해 듣는 이야기중 단골이 만약 블로터닷넷이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들어갈 수 없었다면, 과연 이들이 살아 남을 수 있는가? 하는 내용이다.
나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뉴스캐스트를 사람들이 욕하지만, 온라인 매체로서 기자를 고용해 수익을 낸다는 것은 결국 독자 + 트래픽인데, 이게 쉽겠는가? 네이버가 몰아다주는 트래픽으로 각종 광고 붙여서 먹고 살 수 있게 됬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캐스트를 없애자고 하면 단연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종속은 심화되고, 매체 입장에서 독자층이 다양하고 뉴스캐스트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면 모르겠지만, 먹고 살 수 없다는 걸 이야기하는 부분에선 씁쓸하기까지 했다.
왜? 한국 시장은 새로운게 성공하기 힘들까?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시장이 작다는 건 핑계라는 생각이다. 미국의 매체들은 미국의 5억명 가까운 인구와 영미권에 퍼진 잠재 수요를 생각하면 한국과 비교 하는게 무의미하지만, 5천만 인구중 IT에 관심 갖는 인구를 생각하면 단순하게 산술적 의미의 시장성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는 서명덕 기자의 글에서 언급되 있는 IDG(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한국에선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꽤 영향력 있는 기업임) 인터뷰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한국에서 IT 매체 사업은 포기에 가깝다는 언급을 눈여겨 봐야 한다.
그 근간에는 IT 산업의 구조적 문제도 녹아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한 한국의 IT 시장 규모는 큰 편이지만, 유통만하지 실제 산업적인 역할이 없다. 예를들어 한국에선 삼성, LG등이 기술을 개발 생산 기획하고 이것이 매체로도 전파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현재 IT 매체 시장에서 이들 기업정도를 제외하면 소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것 IT 시장 자체 경쟁력이 부족하다 보니 소스가 편중될 수 밖에 없고, 비중도 이 두 기업중심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이러니 작은 시장에서 다매체가 경쟁하게 되고, 돈이 돌지 않으니 매체들이 성장 할 수 없다는 논리다.
기본적인 시장은 크다고 보더라도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미디어 개념의 시장은 매우 작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포털이 조사한 뉴스 매체별 비중에서도 연예 5 : 스포츠 2 : 정치/경제 2 : 국제/IT 1 이라는 지표를 제시한 것을 보면 한국 IT 미디어 시장의 영세성을 이해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내용에 대해선 필자 역시 어느정도 인지는 해왔고 들어왔던 이야기라 납득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다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 언제까지 뉴스캐스트에 의존해야 하나? 라는 점을 곱씹어보면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한국 IT 미디어의 돌파구는 없을까?
아마, 한국 미디어 시장에서 연예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을 보고 놀라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연예는 방송/영화/음악.. 등 거의 문화 산업 분야 전반을 포괄한다. 그 분야 자체가 갖는 독자층이 다른 미디어처럼 특정층에 얽히는 산업이 아니니 당연히 시장이 넓고 독자도 많기에 자생력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1박 2일 시청자만 봐도 10대 ~50대까지 다양하지 않은가? 하지만 IT 매체를 보면 10대가 관심있어할까? 20대 중/후반 돈쓸 여력이 생기고, 소비욕이 생기는 시점부터 그런것에 관여도가 생기는 40대 정도까지가 메인 타겟으로 볼 수 있는데, 시장성 자체는 연예 같은 분야에 비해서 당연히 좁을 수 밖에 없다.
다만, 한국도 IT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새로운 유저층이 생기면서 클리앙 같은 IT 전문 집단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어떤면에서는 이런류의 커뮤니티 집단이 궁극에는 IT 미디어 독자층으로 연결되는데, 이런 사람들이 좀 더 확장적으로 기존 매체 소비도 가능하게 유도해야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클리앙 사례를 들어보면 해당 커뮤니티에 활동하는 사람들 자체가 이미 거대한 IT Geek들이다. IT에 관심이 많고 관여도도 높다. 그런데 한국 IT 매체에서 생산하는 기사는 뻔하다.
그러다 보니 자체적으로 유저들끼리 해외의 관심가는 뉴스를 클립핑해 서비스한다.
내용은 어차피 해당 매체 링크를 타고 넘어가 읽으면되니, 독자층이 IT 미디어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IT 커뮤니티 전반을 생각해 보면, 장기적으로 독자층을 구축 할 여력은 된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매체로서 그정도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독자를 끌어 올만한 뉴스를 발굴하고 생산할 시도를 할 준비가 되었는가 하는점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기사중 한국 IT 매체의 기사는 30~40%도 안된다는 생각이다. 해외의 산업 기반이 크고 새로운 소식이 올라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연 그게 다일까란 생각이 있다.
중요한건 결국 IT 산업의 소스 발굴이란 생각이다. 해외에서 그룹폰이 떴지만, 처음부터 글로벌한 서비스였을까? 플립보드도 애플, 구글에 비해서는 비할바 안되는 서비스 였지만, 이런 기사들을 발굴하고 공급하는게 결정적인 한국 IT 매체와 해외 매체의 차이란 생각이다.
시장이 안되니 안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발상의 전환을 해보는 건 어떨까? 새로운 소스와 기업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언론 노출과 브랜드를 높일 수 있게, 언론이 벤처들을 발굴학소 이것을 확장해 갈 순 없을까?
언제까지 삼성, LG 한테만 돈받을 생각을 해야 할까? 그러다 삼성, LG가 무너지면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IT 매체들은 다 죽어야 하는건가?
내가 생각하는 IT 미디어의 노력?
기자들의 시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특정 산업에 종사해 보면 외부에서 받는 비판이 납득 안될때가 많다. 조직이 하나가되어 나가야 가능한 요구를 날선 비판과 함께 유저들이 할때면, 갑갑할때가 있다.
검색 기능이 안좋은데, 왜? 구글처럼 못하냐고 해보라고 유저가 말했다. 치자? 가능하겠는가? 수천명의 석/박사급 인력들이 수년간 개발해 온걸 만들어 내는게 가능하겠는가 하냐는 말이다.
어쩌면, 기존 시장 작다 핑계대지 말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라고 하는건 말처럼 쉬운 일은 분명 아니다. 돈도 필요하고 인력도 필요하다. 오너가 그런 시장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도 있다.
쉽지 않지만 안하는 것고, 자기들 나름대로 고민해고 개선해 가는 것은 다르단 생각이다.
검색 기능 언급이 그렇다. 구글 검색처럼은 못만들지만, 유저가 검색 강화를 요구한 내용을 파악해서 핵심적인 부분을 좀 더 강화하고 검색이 아니라 소셜 서비스들의 추천 서비스등을 이용해 검색 결과치를 개선하는 노력을 한다면, 개인적으론 이것만으로도 일보 전진을 했다고 생각한다.
독자의 입장에선 당연히 마음에 안들겠지만, 그렇게 한발한발 전진해 가는게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당연히 Techit은 당장 돈버는 매체가 될 수 없다. 시일이 한참 걸릴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런나 해당 매체에서 그런 시도를 했다는게 의의가 있고, 점진적이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독자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면, 그런 결실이 언젠간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클리앙, SLR 클럽을 보면 서비스 시작 초창기엔 그저 특정 마니아층의 커뮤니티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IT쪽에 있는 사람들이 필수로 들려야 할 분야별 대표 커뮤니티가 되었다.
SLR 클럽은 이를 넘어서 기업으로 성장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성장을 커뮤니티에선 바라진 않는다. 커뮤니티는 커뮤니티여야 한다는 생각.. ) 수년이 걸렸다. 매체가 같은 길을 걸으며 성장 할 수 있다고 단언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국 기간을 들여 투자를 하다보면 실패든 성공이든 결론을 내릴 수 있게된다.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도전하지 않는 기업은 결국 도퇴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내가 생각하는 기자의 전문성?
서명덕 기자의 글을 읽으며 기자의 전문성은 뭘까란 생각을 했다? 난 기자가 꼭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기자가 잘해야 할 일은 독자의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정보를 잘 가공해 전달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 안에서 전문성이 생기지만, 이런 전문성은 개발자가 전체적인 아키텍처를 파악하고 있는 것과 같은 전문성은 아니다. 어느면에서는 개인의 노력에 따라 해당 분야에 종사하고 경험한 기간에 따라 이 전문성은 자연스럽게 생성된다고 본다.
해외 IT 전문 칼럼리스트인 All Things D의 월트 모스버그가 처음부터 그런 식견을 가졌을까? 단언하건데 그도 오랜 시간을 그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해 나름의 전문성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해당 분야의 기술적 기반을 모두 이해하는 엔지니어급 전문성은 아니다. 이런 생각을하며 도달한 것은 결국, 기자는 소스 발굴과 의제 선정에서 자신들만의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자 출신이 쓴 칼럼과 일반 IT 분야 출시의 글을 비교하면 전문적 깊이는 IT 분야 출신이 높지만, 군더더기가 많아서 눈에 잘 안들어온다. 아는게 많으니 말도 만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의 글은 정제되고 그 안에서 팩트와 의제를 동시에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그게 기자의 역할이고 능력이란 생각이다. 미디어에 종사하면서 데스크에 의한 필터링을 경험하지 않으면 쉽게 갖추기 힘들다. 밀리언셀러 소설가라고 해서 칼럼을 잘쓸까? 전혀 아니다. 기자의 전문성은 바로 이런 것인데, 최근 기자들의 글에선 이런 내용을 찾기 힘들어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IT 매체의 가능성?
신흥 미디어나 기존 미디어가 꼭, 독창적이거나 남다른걸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성은 없다는 생각이다. 자신들의 길을 걷되 좀 더 원칙적인 부분에서 독자가 요구하는 기자성을 갖추어 달라는 것이고, 그런 가운데 Techit과 같은 시도를 해달라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삼성, LG와 함께 한국에서 성장하고 있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발상을 가진 신흥 서비스를 발굴해 시장을 넓히는 노력도 겸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독자는 변하게 되어있다. 일반적인 독자는 그래도 뉴스 캐스트에 몰리겠지만, IT 에 좀 더 과심있고 알고 싶은 독자는 전문성 있는 커뮤니티를 찾고, 그것에 서식하며 커뮤니케이션 하듯..
미디어도 전문성있는 매체의 기사에 몰입하고 싶은 독자들도 생겨날 것이다. 지금은 가능성밖에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개이적으로 IT 기자들의 능력을 알고 있기에 조금 더 분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소한 대만의 디지타임즈 처럼 (이곳도 사실 그닥 퀄리티 있는 매체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IT 이슈를 생산하는 걸 보면, 한국도 자체 시장에서 그런 가능성에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야 너무도 그런게 쉽지 않다는 점을 알고 답답해 하실수도 있지만, 한가지 명확한건 포기하지 말자라는 다소 추상적인 기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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