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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엘피다 먹고 확실히 2등 굳히려는 SK의 공격적 배팅

지난주말 SK가 멋진 소식 하나를 공시했더군요. 최근 파산보호에 들어간 日 엘피다를 인수한다는 소식입니다. SK가 정말 이번에 제대로 배팅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인가보다 싶었고, 승부수를 띄울땐 이렇게 띄우는 거구나라는 걸 생각했던 시간 이었습니다.

해당 내용은 제가 운영중인 아이엠데이에 "SK 하이닉스의 공격적인 배팅, 日 엘피다 인수 추진"이란 글과 "SK 하이닉스, 가치 폭락한 엘피다 지금 인수가 적기?" 글로도 소개하고 했지만 이번 글에선 SK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보는 접근을 해보려고합니다.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다 제끼고 바로 내용에 들어가겠습니다.

SK 하이닉스의 인수 배경은?
SK측에서 하이닉스 인수를 했을 당시만해도 사실 반도체와 통신 강자라는 측면에서 접접이 없기에 기존 화학과 통신중심의 자사 포트폴리오를 좀 더 거시적으로 넓힌다는 차원으로만 생각했습니다. (사실 그렇기도 했고요)

그런데 인수 이후 SK 최태원 회장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겹치는 가운데서도, 하이닉스 챙기기가 눈에 들어올 정도였습니다. 인수 과정과 인수후 발빠른 투자 계획과 최태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입등은 SK그룹과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집작하게하는 단초가 됐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SK가 반도체 산업 경험이 없음에도 뛰어 들려했던 것은 무었일까요?란 의문입니다. 제 개인적인 분석으론 다음과 같은 접근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1. 통신 시장 포화로 인한 성장 동력 확충 필요
2. 미래를 위해 통신, 화학 중심의 사업 다변화 필요
3. 치열한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져 당분가 수익 확충이 가능하다고 판단
4. 반도체를 기반으로 다양한 2차 산업으로 확장 가능성

개인적으론 이런 가능성들을 기초로 인수를 추진한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SK 뜬금 없이 반도체 사업에 눈돌린 이유?
이정도 규모의 대기업이면 10년 주기로 산업 패러다임에 맞춰 기업의 방향성을 설정하게 됩니다. 화학에서 통신으로 눈돌리고 잠깐이지만 모바일 하드웨어 생산도 했던 상황등을 고려하면 이제 새로운 기회를 찾아 기업 성장을 위한 먹거리 찾기가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SK 그룹 내에서는 전략 기획실 같은 팀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오랬동안 찾아왔을 것입니다. 그 고정에서 SK의 대/내외적인 경쟁력을 활용하면서도 기존 산업과 다른 분야를 찾기를 고민했을 것입니다.

화학, 석유는 장기적으로 2차 전지나 신재생 에너지 같은 분야 또는 바이오 분야로 눈을 돌리고 통신은 시장이 적체되고 있기 때문에 N 스크린이나 KT 처럼 카드사업과 렌터카 사업을 융화한 서비스 분야로 방향 전환을 시도하듯 그런 분야들로 전환을 시도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가장 연결고리가 약하면서도 연관도가 있는 전자 분야 진출을 고려했을때 하드웨어 제조는 현재 너무 치열하게 경쟁중이고, PC나 엔터테인먼트 기기쪽으로 진출은 수익성이 떨어진다 생각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럼 결국 전자 분야에서 SK 정도 규모의 기업이 갈 수 있는 영역은 반도체 같은 덩치큰 분야 일수밖에 없습니다. 조선이나 전통 제조업인 자동차 등으로 가기엔 투자도 어렵고 인수 합병도 어렵기에 어쩌면 최근 치킨 게임등으로 내구력이 약해진 반도체 분야가 가장 적절한 투자처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그래도 하이닉스 인수가 만만하지 않은데..
만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분야도 아닙니다. SK의 자금력과 자체 자산, 그리고 빛 규모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분야입니다.

거기다 최근 반도체 특히 메모리 분야는 치열한 경쟁으로 다수의 기업이 경쟁에서 이탈하거나 구조 조정 됐습니다. 일본의 경우도 D램 분야로만 국한하면 엘피다밖에 안남았을 정도입니다. (낸드나, 플래시등으로 넓히면 좀 더 많은 기업이 있기는 합니다)

치킨 게임으로 불리는 이 경쟁으로 삼성은 몇년동안 적자를 감수하고 돈을 쏟아부었고, 경쟁사는 결국 항복하며 생산을 축소했습니다. 이 기간 삼성은 더욱 출하량을 늘렸고 경쟁사가 출하량을 줄임으로서 가격은 상승해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장을 확대하는 이점과 수익성으로 4~5년 주기의 호황기에 접어들어 그렇게 번돈으로 더 많은 R&D 투자로 기술 격차를 벌이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하이닉스가 어렵긴 하지만 삼성을 따라가면서 2위권을 유지하며 치킨 게임의 경제적 효과를 같이 누리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SK는 반도체 시장 경쟁으로 기업 가치가 하락한 상태에서 앞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담보 된 기업을 자체 자금 조달상 아주 부담되지 않는 수준에서 생각보다 손쉽게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얻은 것입니다.


반도체 그래도 SK와 시너지가 가능한가?
SK가 통신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장기적으론 강점이 있습니다. 비메모리 분야는 약하지만 D램이 최근 경기가 좋아서 자체 자금이 7조 정도 있고 향후 2~3년간 충분히 높은 수익성이 기대됩니다.

이때 R&D 투자를 높여서 모바일 AP나 SoC등에 투자를 하거나 아니면 차량용 반도체 같은 분야를 집중 공략한다면 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익원 창출 시도도 해볼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SK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HTC나 모토로라등에 일정 수준의 AP 탑제등을 제시하고 한국내 제품 판매의 수익성을 보장하면 크게 시장을 넓히진 못해도 조금씩 새로운 경쟁체제를 만들어갈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자체적으로 삼성처럼 전자 전부문을 아우르면서 영업은 못해도 한국내 협력 파트너를 통해서 점진적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하이닉수 인수전 충분히 이런 가능성을 타진해봤고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에 진출했다고 볼 수 있죠.


그렇지만 엘피다 인수는 무리수 아닌가?
무리수가 맞습니다. 근데 이게 가능한 무리수냐 아니냐가 중요합니다. 우선 SK 자체적인 자금 조달은 현재 좀 부담입니다. 돈이 없어서라기 보다 통신이나 화학등의 분야에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고 그 규모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4G망 구축등에 내년에만 최소 2~3조가 들어갈 수 있고, 차입도 좀 있어서 더 지속적인 차입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하이닉스가 자체적으로 올해 R&D 투자를 위해 사용할 4조 가까운 비용을 제외해도 당장 3조 정도를 투입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게 잘되면 득이지만 잘못하면 하이닉스는 물론, SK 그룹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는 도박이 될수도 있습니다.

그런점에서는 무리가 분명합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경기가 활성화되고 있고 엘피다를 인수하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고부가제품인 모바일D램 분야는 삼성전자가 51.2%이며, SK하이닉스 24.6%, 엘피다 7.6%로 두 회사가 합치면 32.2%로 올라설 수 있어 실리와 명분도 있고 호황기를 가정하면 수익성도 괜찮을 것이라 예상 할 수 있습니다.

또 TSV(Through Silicon Via) 패키지 기술(고집적 패키지)도 시너지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장점이 많은 결합이지만, 역시나 일본 정부의 인수인정, 마이크론과의 경쟁등의 요인이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SK 하이닉스 이외의 기업의 인수 가능성은?
그 이외의 기업에겐 어떤 가능성들이 있을까요? 잠재적 경쟁자는 크게 마이크론, 삼성전자, 도시바가 있을겁니다. 넓게는 TI, 대만 난야도 있겠지만 대만 난야는 자금력이나 규모면에서 엘피다를 먹을 수준은 안되는 것 같고, 미국의 TI는 서로 시너지 마련에 그닥 잇점이 없어 보입니다

삼성의 경우 인수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지난 4분기말 기준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43.2% 입니다. 엘피다 점유율 11.9%를 합하면 55.1%가 되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선정되 인수합병 제한과 각종 규제 틀에 묶이게됩니다. 지금도 잘나가는데 부채도 많고 사업성도 별로 없는 사업을 인수 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

도시바의 경우 엘피다와 같은 일본계 기업이고 서로 상성이 좋아서 합병시 시너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입니다. 삼성전자에 이어 낸드플래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도시바 삼성과 PC 연관 산업에 강점이 있고 매출과 이익율도 괜찮은 편이지만..

문제는 엘피다가 너무 큰 매물이라는 점입니다. 낸드에서도 기타 경쟁사가 추격하는 중이라 안심하기 힘든 분야고 말입니다. 다만 과거 D램 사업을 했던 경험과 기존 사업 영역에 D램이란 새로은 포트폴리오를 추가해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지만 자금 부담이 만만하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 입니다.

만약 도시바가 엘피다를 인수하면 업계 순위가 바뀌게 됩니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을 보면 인텔 15.2%, 삼성 9.2%, TI가 5~7% 사이로 3위 다음로 도시바가 4.1%로 4위입니다. 엘피다를 인수시 3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를 제치고 3위로 진입 가능합니다.

그러나 엘피다 인수에 최소 1조 이상이 필요한데 D램 산업과 그동안 거리를 두고 있던 도시바가 합병 후 활용할 길이 막막합니다. 2000명 넘는 연구인력 활용도 골치고 앞으로 지속 될 2~3조 규모의 투자와 함께 그동안 손실로 생긴 부채도 떠않아야 합니다.

이럴 경우 과거 현대와 LG 반도체 합병후 실패를 거듭했던 과거와 같은 결과를 가져 올수도 있습니다. 역시 매물 가격이 문제인데 마이크론, 도시바, SK 하이닉스가 뛰어든 이상 단가는 오를수밖에 없을 겁니다.

다음으로 마이크론 입니다. 마이크론은 규모 경제를 위해서라도 엘피다 인수가 필요하지만 문제는 엘피다의 5~6조 가까운 부채입니다. 마이크론도 현재 그렇게 넉넉하지 않습니다. 최근 3분기 연속 적자도 기록중입니다.

기술력도 뒤진 상태에서 같이 적자를 기록하는 기업을 인수하고 앞으로 투자까지 해야 합니다. 어려운 상황이지요. 마이크론이 부채와 실제 기업을 분할 인수한다면 가능하지만 위에서 설명한대로 가능성이 낮은게 사실입니다.


결론, 도시바 인수가 유력 SK 하이닉스는 견제차원일듯..
일본 정부에게 엘피다는 과거 일본 반도체의 마지막 자존심입니다. 쉽게 같은 아시아권 기업에 자리를 내주지는 않을 겁니다. 그나마 마이크론은 좋게 생각하는 분위기인데 문제는 마이크론도 현재 딴생각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 정부도 너무 헐값에 매각하긴 힘들테니 경국 부채 경감 방안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도시바쪽으로 넘길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현지 분위기인듯합니다.

SK는 제가 볼땐 간보기 같습니다. 만약 인수 할 가능성 높으면 무리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배팅을 해보겠지만, 인수 가능성이 낮다고 한다면 경쟁 기업들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단가 상승을 위한 참여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단독 입찰과 다중 입찰은 매각 단가를 높이는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또, 실제 하이닉스가 기술력에선 앞서 있지만, M&A에 대한 실사 과정에서 엘피다의 장점이나 기술을 확인해 볼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능성이 낮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그냥 시장 참여만 해놓고 나중에 안될 것 같으면 슬그머니 발빼는 것도 가능하니 밑져야 본전인 거지요.

어쨌든 현재는 견제 차원이란 분석이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SK의 배팅은 기업이 중요한 순간 M&A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것인지 기업 사운을 건 투자는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이슈인 것 같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진 모르지만 이번일 진행 상황 꼭 관전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여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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