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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블로그의 순수성을 잃어버린 순간이 메타블로그의 추락을 의미했다
메타블로그라는 것을 혹시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본격적인 SNS 서비스들이 세상에 빛을 보기 이전에 수많은 블로거들의 경작지였고, 모임 장소였던 커뮤니티 개념의 메타 서비스를 메타블로그라고 불렀답니다.
현재는 이런 메타블로그 서비스가 대부분 다 죽거나 찌라시 서비스로 전락해 유명무실해졌고 그나마 아직까지 제대로 된 이름값을 유지하는 서비스는 이제 다음View 밖에 남아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번글은 사실 개인적으론 상당히 치명적인 글이기도 합니다.
한때, 부품 꿈을 앉고서 벤처에 도전했고 그 첫 시발점이 바로 다음뷰, 올블로그와 함께 3대 메타블로그 서비스로 이름 불리던 블로그코리야 였는데 2003년경 첫 운영자에 의해 사망했다. 그로부터 4년뒤인 2007년 부활됐고 나름대로 인정을 받았지만 결국 지금처럼 무너져 버린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자신의 실패를 이야기하는 글이라 사실 썩 맘이 편치만은 않은게 사실입니다.
그런 이유들 때문에 사실 그동안 메타 블로그 이야기를 해본적도 없고 할 생각도 안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미 블로그 코리아를 떠나온지도 회수로만 3년여가 되어가고 있고, 저 역시 새로운 일을하고 있기에 여러 관점에서 정리를 한다는 생각으로 한번 이번 글을 작성해 보기로 했습니다.
메타블로그의 실패는 개인적인 원죄..
과거 당시를 생각해 보면 한 3년정도 메타블로그가 반짝했던 것 같습니다. 한번 죽었다 없어졌던 서비스 였던 블로그코리아도 그런 붐과 함께 재 탄생했고 정말 블로거들의 뜨거운 기대속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서비스 오픈하던 날 서버가 다운되기도 해봤고, 1000명 넘는 블로거가 쏟아내는 각종 버그와 오류에 대한 피드백들은 힘들었지만 땀을 잊게하는 결과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즐겁고 기쁘고 가슴벅차다는 말이 딱이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진정한 메타 블로그의 가치를 생각하지 못하고 수익적인 부분들 비즈니스 적인 부분들에 너무 고립되어 그런 부분만 생각하다 보니 서비스 자체는 조금씩 소홀했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눈 깜짝할사이 그 많던 유저와 어느정도 유지되던 트래픽이 한순간에 눈녹듯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땐 이유를 몰랐지만 나중에 한참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기획자라는 놈이 스스로 진정한 메타블로그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 못했었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떨까란 생각과 함께.. 결국 서비스가 빛을 보지 못하고 쓰러져 간 것은 어쩌면 제가 너무 오만하고 부족했기 때문이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제 블로그코리아에 대한 원죄가 아닐까요?
메타블로그 개발과 기획과정에서 잃어버렸던 것은?
분석해 보면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핵심이었던 좋은글 선별과 발굴.. 그리고 블로거들 간의 끈끈한 유대 관계를 잃어버린게 가장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수많은 데이터를 가진 검색엔진과 포털과 달리 블로거간의 이슈 선별에 의한 토론과 공유, 그리고 끊임 없는 자기 성찰과정에 다양한 블로거들의 깊이있는 생각을 확인 할 수 있는 글을 필터링 하지 못했다는 것 이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아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바로 이 핵심인 블로거 + 글이란 원천적 요소에 강력하게 집중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기획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사안별로 분석해 본 메타블로그 이슈
그럼 지금부터 원론적이고 개념적인 부분을 넘어서서 제가 생각하는 메타 블로그 문제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선 현재 메타 블로그가 시들해진 가장 큰 원인은 메타 블로그들이 독자가 원하는 수준의 퀄리티 있는 글을 뽑아주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싶습니다. 블로거들 스스로 자의식이 있고 꽤 높은 지식과 IT와 인터넷 문화를 선도하는 집단 이었기에 분명 검색엔진과는 다른 철학적 접근의 메타 블로그가 되었어야 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많은글과 많은 블로거보다 이슈를 제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집단이 더 중요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당시 좋은 글을 뽑기위해서 블로거들이 많이 모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이 어쩌면 패착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초기 창기 메타블로그로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올블로그 사례를 잠시 살펴보면 초기의 올블로그는 등록 피드가 많지 않았을때라 자동화 시스템 + 집단 지성에 의해 컨텐츠 선별과 필터링이 되는 구조가 메커니즘상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수동으로 처리가 가능한 수준 이었으니깐..)
그러나 문제는 블로거들의 RSS 피드가 1만개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급격하게 글관리의 문제점과 어려움이 노출되게됩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열정적인 블로거들의 참여와 노력으로 이런 어려움 가운데서도 이슈제기와 참여라는 메타블로그 궁극의 핵심적 가치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메타블로그가 유명해 질 수록 더욱 인기를 잃게되는 아이러니..
급기야는 1년사이에 수십만개의 피드가 등록되고 하루 수집되는 글 수도 3~4만개가 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되자 정보 과잉 상태에 도달하게 되어 자동화 시스템 + 집단 지성에 의해 운영되는 메타 블로그 고유의 가치가 흔들리기 시작 했고 글 선별에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까지만해도 개인적으로 기술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고, 아마도 올블로그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블코를 통해서 이 판단이 심한 패착이었다는 것을 아는데 그리 올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알게 된 거죠. 1만개 이하의 피드에서 생산되는 컨텐츠를 평가해 좋은 글을 뽑아내는 것과 수십만개의 피드에서 좋은 글을 뽑아내는 것은 기술적인 요인은 물론 기존 한국형 메타 블로그가 가지고 있는 집단지성에 의한 평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걸 말입니다.
그래서 였을까요? 당시 한국형 메타블로그와 컨텐츠 수집 메커니즘이 동일했던 테크노라티는 메타블로그가 아닌 블로그 전문 검색엔진을 표방해 검색적 방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했다.
기술만으로 메타블로그는 완성 될 수 없었다
한국에도 이와 유사한 개념을 시도했던 서비스가 바로 온네트의 나루라는 블로그 전문 검색엔진 서비스 였지만 사실상 실패했음은 물론 서비스 시작 1년만에 문닫는 말도 안되는 일이 발생해 이 모델이 얼마나 구현하고 운영하기 어려운지를 깨닫게하는 사례로 남게 됩니다.
단순하게 검색엔진 이었다면 문제가 안 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정확한 정보만 선별해 노출하는 방식을 채택하면 되니깐요?
하지만 좋은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뜨거운 글과 이런 글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이슈 메이킹 시스템은 사실상 수가 많아지면 많아 질 수록 구축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란 걸 너무 늦게 알아버린 것 같습니다.
텍스트가 많아야 좋은 글 일까요? 이미지가 많으면 좋은글 인가요? 편집을 잘해 높으면 좋은글 입니까? 검색 최적화가 잘되면 좋은 글 일까요?
좋은 정보는 될 수 있어도 좋은 글이 되는 조건은 어렵습니다. 결국 사람이 참여해 이런 좋은 글을 발굴해야 한다는 명제가 기본적으로 성립해야 가능한 시스템이 메타블로그인 것이죠.
데이터가 많아질 수록 집단지성의 힘은 약화 될 수밖에 없다
글 평가시 수천, 수만명이 읽고 공감하고 동시에 추천을 진행해야 그나마 좋은글을 선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만개의 글이 쉴세없이 수집되는 경우 아무리 추천 행위를 일으키는 표본 집단이 많더라도 그 표본 집단의 개개인이 커버 할 수 있는 컨텐츠 커버리지에 한계가 있기에 사실상 평가 시스템상에 왜곡이 발생해 추천수가 많은 글이 퀄리티가 높다라는 인식에 괴리가 발생했던거죠.
또, 추천수에 의해 퀄리티 높은 글로 추대되는 경우 방문자 수에 따라 광고 수입등 번외 수입이 생길수 있어, 글의 퀄리티 이전에 방문자수에 목숨을 건 인간 욕망이 발동해 낚시글, 추천수 조작, 추천 행위자끼리의 연합등 블로그 커뮤니티를 망가뜨리고 급기야 시스템과 유저들에 대한 상호 불신이 이끄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몇몇 개개인들의 문제가 아닌 메타블로그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 문제로까지 발전해 메타 초기 활발하게 활동하던 주도 계층의 이탈을 불러 왔고.. 이런 커뮤니티의 순수한 접근을 이해하지 못한 단순하게 추천수에 의한 방문자 유도를 생각하는 블로거가 아닌 블로그를 운영하는 집단이 유입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메타블로그 추락의 결정적 이유가 됬다는 것이 제 분석의 일부분을 차지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트래픽과 거대 자본을 가진 집단이 시장도 형성되지 않는 시점에 무리하게 기존 서비스 업체의 틈바구니에 들어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 이유도 있었고, 메타 블로그 시스템 자체가 구조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기에 과당 경쟁이 발생해 사실상 3년정도 잠시 반짝하다가 와해되는 상황이 되기도 했습니다.
단순하게 다음의 잘못이다라고 이야기하긴 뭣하지만 일부 책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메타블로그 시장 확대에 좋은 영향력을 발휘한 다음.. 그러나..
메타블로그 초기 다음이 정말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해줬고 (당시 사야까님, 호박님, 양깡님.. 등 주옥 같은 스타 블로거가 탄생합니다.)외형적 성장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른 메타들과 경쟁이되면서 다양한 시도와 아이디어들이 실현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선의는 좋았으나 결국 의도에 비해 결과가 좋지 못했던 다음의 메타 블로그화가 화를 불러일으키죠.
블로거 뉴스라고해서 지금과는 다른 블로그 미디어 저널리즘을 주창했던 다음이 급격하게 메타블로그화를 시도했고 올블, 블코등이 일정부분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영역을 차지했던 것을 빠르게 잠식합니다.
트래픽 경쟁과 블로거 우대 정책에서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던 올블, 블코는 급격히 서비스가 약화됩니다.
그리고 현 시점에 블코는 또 다시 다른 곳에 매각되었고, 조만간 올블로그도 위드블로그와 통폐합되며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그럼 다음은 어떨까요?
다음뷰는 분명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돈되고 트래픽 몰리는 일부 카테고리와 대다수 카테고리의 상위 랭커들을 제외하면 지금 예전과 같은 활기가 느껴지나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분명히 트래픽이 내부적으로 줄고 있다는 것이 감지됩니다. 동반 성장을 해서 더 큰 시장을 만들어야 할 시기에 혼자 독주하다보니 결국 지금 시점에선 오히려 시장이 와해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운 메타블로그 초창기의 블로그 문화
어쨌든 전 그 당시가 그립습니다. 블로거들이 올블, 블코에 놀러와 같이 밥먹고 긴밤 지새우며 이야기했던 그 시절 말이죠.
특정한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각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정말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스스로에게 이익이 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전달하고 설득하기 위해 댓글, 트랙백을 써가며 같은 주제의 글을 하루에도 여러개를 써 다양한 이슈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비록 당시 전체적은 블로거 문화와 이를 즐기는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그런 치열한 논의와 토론은 정치권도 긴장시킬 요인이었고, 정치 블로거 탄생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정치인이 연락을 취하기도 했으니..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당시엔 메타 블로그가 참 뜨거운 감자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논쟁이 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치열한 싸움에서 가치를 인정 받은 블로거는 진정한 파워 블로거로 불렸고 (지금 제품 리뷰나 하며.. 광고 올리고, 검색 최적화해 사람 많이 들어오는 블로거는 당시 쓰레기로 불리웠습니다.) 그 가운데 큰 수혜자 한사람이 떡이떡이란 필명으로 유명한 서명덕 기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진정성과 열정을 가지고 정진하던 이들이 많아서 같은 IT 이슈라도 지금처럼 가쉽성이 아닌 깊이가 묻어나고 철학적 접근이 가능한 주옥 같은 명글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윕 2.0을 토론했고 욕했으며, 인정하는 선순환의 제대로 된 이슈메이커가 메타블로그였던 거지요.
지금의 메타 블로그나 블로거를 욕할 마음이 아니라 당시 문화가 그랬고 그것이 블로그 스피어 확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결론, 메타 결국 원칙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사람마다 분석이 다르고 접근이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SNS인 페이스북이 6~7년을 넘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테크노라티도 과거의 영광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이 영역을 구축하며 메타 블로그를 이끌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한국은 너무 뜨겁게 타올랐고 너무 차갑게 식었다는 표현을 남기고 싶네요.
이 과정을 결론지어 보면 너무 뜨거워지며 사람이 몰렸고, 결국 좋은 글을 선별하고 이런 글을 통해 생각을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던 문화가 사라지며, 급격한 상업화가 그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메타는 본연의 기능과 순수성을 저당잡힌 꼴이 된거죠.
위에서도 지적했던 서비스 외적인 요인과 급격한 SNS로의 시장 변화도 한몫했지만 매셔블, 허핑틴이 블로그 미디어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 Reddit과 Digg.com이 예전만 못하지만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좋은 글을 선별하고 이런 필터링에 참여해 다양한 이슈를 만들던 블로거 문화를 잃어버린 것이 메타블로그가 순식간에 무너진 결론이 아닐까 싶네요.
분석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결국은 과거에 대한 회상과 과거의 기억에 대한 마지막 정리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도 힘들고 돌아가도 다시 철학을 유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본다면 결국 새로운 미래로 한발 올라서기 위한 과정을 거쳤다고 봐야겠네요.
비록 블로그가 예전처럼 인정 받지 못하고 SNS가 대세지만.. 컨텐츠는 죽지 않는다는 제 신념처럼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언젠간 컨텐츠 잘 만들고 생산하는 블로거들이 다시 빛을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란 희망을 남기며 이번글 마무리해야 겠네요.
이 글은 아이엠데이 IT칼럼에 기고 된 글입니다.
http://www.iamday.net/apps/article/talk/795/view.iamday
현재는 이런 메타블로그 서비스가 대부분 다 죽거나 찌라시 서비스로 전락해 유명무실해졌고 그나마 아직까지 제대로 된 이름값을 유지하는 서비스는 이제 다음View 밖에 남아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번글은 사실 개인적으론 상당히 치명적인 글이기도 합니다.
한때, 부품 꿈을 앉고서 벤처에 도전했고 그 첫 시발점이 바로 다음뷰, 올블로그와 함께 3대 메타블로그 서비스로 이름 불리던 블로그코리야 였는데 2003년경 첫 운영자에 의해 사망했다. 그로부터 4년뒤인 2007년 부활됐고 나름대로 인정을 받았지만 결국 지금처럼 무너져 버린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자신의 실패를 이야기하는 글이라 사실 썩 맘이 편치만은 않은게 사실입니다.
그런 이유들 때문에 사실 그동안 메타 블로그 이야기를 해본적도 없고 할 생각도 안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미 블로그 코리아를 떠나온지도 회수로만 3년여가 되어가고 있고, 저 역시 새로운 일을하고 있기에 여러 관점에서 정리를 한다는 생각으로 한번 이번 글을 작성해 보기로 했습니다.
메타블로그의 실패는 개인적인 원죄..
과거 당시를 생각해 보면 한 3년정도 메타블로그가 반짝했던 것 같습니다. 한번 죽었다 없어졌던 서비스 였던 블로그코리아도 그런 붐과 함께 재 탄생했고 정말 블로거들의 뜨거운 기대속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서비스 오픈하던 날 서버가 다운되기도 해봤고, 1000명 넘는 블로거가 쏟아내는 각종 버그와 오류에 대한 피드백들은 힘들었지만 땀을 잊게하는 결과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즐겁고 기쁘고 가슴벅차다는 말이 딱이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진정한 메타 블로그의 가치를 생각하지 못하고 수익적인 부분들 비즈니스 적인 부분들에 너무 고립되어 그런 부분만 생각하다 보니 서비스 자체는 조금씩 소홀했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눈 깜짝할사이 그 많던 유저와 어느정도 유지되던 트래픽이 한순간에 눈녹듯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땐 이유를 몰랐지만 나중에 한참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기획자라는 놈이 스스로 진정한 메타블로그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 못했었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떨까란 생각과 함께.. 결국 서비스가 빛을 보지 못하고 쓰러져 간 것은 어쩌면 제가 너무 오만하고 부족했기 때문이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제 블로그코리아에 대한 원죄가 아닐까요?
메타블로그 개발과 기획과정에서 잃어버렸던 것은?
분석해 보면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핵심이었던 좋은글 선별과 발굴.. 그리고 블로거들 간의 끈끈한 유대 관계를 잃어버린게 가장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수많은 데이터를 가진 검색엔진과 포털과 달리 블로거간의 이슈 선별에 의한 토론과 공유, 그리고 끊임 없는 자기 성찰과정에 다양한 블로거들의 깊이있는 생각을 확인 할 수 있는 글을 필터링 하지 못했다는 것 이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아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바로 이 핵심인 블로거 + 글이란 원천적 요소에 강력하게 집중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기획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사안별로 분석해 본 메타블로그 이슈
그럼 지금부터 원론적이고 개념적인 부분을 넘어서서 제가 생각하는 메타 블로그 문제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선 현재 메타 블로그가 시들해진 가장 큰 원인은 메타 블로그들이 독자가 원하는 수준의 퀄리티 있는 글을 뽑아주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싶습니다. 블로거들 스스로 자의식이 있고 꽤 높은 지식과 IT와 인터넷 문화를 선도하는 집단 이었기에 분명 검색엔진과는 다른 철학적 접근의 메타 블로그가 되었어야 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많은글과 많은 블로거보다 이슈를 제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집단이 더 중요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당시 좋은 글을 뽑기위해서 블로거들이 많이 모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이 어쩌면 패착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초기 창기 메타블로그로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올블로그 사례를 잠시 살펴보면 초기의 올블로그는 등록 피드가 많지 않았을때라 자동화 시스템 + 집단 지성에 의해 컨텐츠 선별과 필터링이 되는 구조가 메커니즘상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수동으로 처리가 가능한 수준 이었으니깐..)
그러나 문제는 블로거들의 RSS 피드가 1만개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급격하게 글관리의 문제점과 어려움이 노출되게됩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열정적인 블로거들의 참여와 노력으로 이런 어려움 가운데서도 이슈제기와 참여라는 메타블로그 궁극의 핵심적 가치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메타블로그가 유명해 질 수록 더욱 인기를 잃게되는 아이러니..
급기야는 1년사이에 수십만개의 피드가 등록되고 하루 수집되는 글 수도 3~4만개가 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되자 정보 과잉 상태에 도달하게 되어 자동화 시스템 + 집단 지성에 의해 운영되는 메타 블로그 고유의 가치가 흔들리기 시작 했고 글 선별에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까지만해도 개인적으로 기술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고, 아마도 올블로그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블코를 통해서 이 판단이 심한 패착이었다는 것을 아는데 그리 올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알게 된 거죠. 1만개 이하의 피드에서 생산되는 컨텐츠를 평가해 좋은 글을 뽑아내는 것과 수십만개의 피드에서 좋은 글을 뽑아내는 것은 기술적인 요인은 물론 기존 한국형 메타 블로그가 가지고 있는 집단지성에 의한 평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걸 말입니다.
그래서 였을까요? 당시 한국형 메타블로그와 컨텐츠 수집 메커니즘이 동일했던 테크노라티는 메타블로그가 아닌 블로그 전문 검색엔진을 표방해 검색적 방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했다.
기술만으로 메타블로그는 완성 될 수 없었다
한국에도 이와 유사한 개념을 시도했던 서비스가 바로 온네트의 나루라는 블로그 전문 검색엔진 서비스 였지만 사실상 실패했음은 물론 서비스 시작 1년만에 문닫는 말도 안되는 일이 발생해 이 모델이 얼마나 구현하고 운영하기 어려운지를 깨닫게하는 사례로 남게 됩니다.
단순하게 검색엔진 이었다면 문제가 안 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정확한 정보만 선별해 노출하는 방식을 채택하면 되니깐요?
하지만 좋은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뜨거운 글과 이런 글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이슈 메이킹 시스템은 사실상 수가 많아지면 많아 질 수록 구축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란 걸 너무 늦게 알아버린 것 같습니다.
텍스트가 많아야 좋은 글 일까요? 이미지가 많으면 좋은글 인가요? 편집을 잘해 높으면 좋은글 입니까? 검색 최적화가 잘되면 좋은 글 일까요?
좋은 정보는 될 수 있어도 좋은 글이 되는 조건은 어렵습니다. 결국 사람이 참여해 이런 좋은 글을 발굴해야 한다는 명제가 기본적으로 성립해야 가능한 시스템이 메타블로그인 것이죠.
데이터가 많아질 수록 집단지성의 힘은 약화 될 수밖에 없다
글 평가시 수천, 수만명이 읽고 공감하고 동시에 추천을 진행해야 그나마 좋은글을 선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만개의 글이 쉴세없이 수집되는 경우 아무리 추천 행위를 일으키는 표본 집단이 많더라도 그 표본 집단의 개개인이 커버 할 수 있는 컨텐츠 커버리지에 한계가 있기에 사실상 평가 시스템상에 왜곡이 발생해 추천수가 많은 글이 퀄리티가 높다라는 인식에 괴리가 발생했던거죠.
또, 추천수에 의해 퀄리티 높은 글로 추대되는 경우 방문자 수에 따라 광고 수입등 번외 수입이 생길수 있어, 글의 퀄리티 이전에 방문자수에 목숨을 건 인간 욕망이 발동해 낚시글, 추천수 조작, 추천 행위자끼리의 연합등 블로그 커뮤니티를 망가뜨리고 급기야 시스템과 유저들에 대한 상호 불신이 이끄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몇몇 개개인들의 문제가 아닌 메타블로그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 문제로까지 발전해 메타 초기 활발하게 활동하던 주도 계층의 이탈을 불러 왔고.. 이런 커뮤니티의 순수한 접근을 이해하지 못한 단순하게 추천수에 의한 방문자 유도를 생각하는 블로거가 아닌 블로그를 운영하는 집단이 유입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메타블로그 추락의 결정적 이유가 됬다는 것이 제 분석의 일부분을 차지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트래픽과 거대 자본을 가진 집단이 시장도 형성되지 않는 시점에 무리하게 기존 서비스 업체의 틈바구니에 들어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 이유도 있었고, 메타 블로그 시스템 자체가 구조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기에 과당 경쟁이 발생해 사실상 3년정도 잠시 반짝하다가 와해되는 상황이 되기도 했습니다.
단순하게 다음의 잘못이다라고 이야기하긴 뭣하지만 일부 책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메타블로그 시장 확대에 좋은 영향력을 발휘한 다음.. 그러나..
메타블로그 초기 다음이 정말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해줬고 (당시 사야까님, 호박님, 양깡님.. 등 주옥 같은 스타 블로거가 탄생합니다.)외형적 성장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른 메타들과 경쟁이되면서 다양한 시도와 아이디어들이 실현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선의는 좋았으나 결국 의도에 비해 결과가 좋지 못했던 다음의 메타 블로그화가 화를 불러일으키죠.
블로거 뉴스라고해서 지금과는 다른 블로그 미디어 저널리즘을 주창했던 다음이 급격하게 메타블로그화를 시도했고 올블, 블코등이 일정부분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영역을 차지했던 것을 빠르게 잠식합니다.
트래픽 경쟁과 블로거 우대 정책에서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던 올블, 블코는 급격히 서비스가 약화됩니다.
그리고 현 시점에 블코는 또 다시 다른 곳에 매각되었고, 조만간 올블로그도 위드블로그와 통폐합되며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그럼 다음은 어떨까요?
다음뷰는 분명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돈되고 트래픽 몰리는 일부 카테고리와 대다수 카테고리의 상위 랭커들을 제외하면 지금 예전과 같은 활기가 느껴지나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분명히 트래픽이 내부적으로 줄고 있다는 것이 감지됩니다. 동반 성장을 해서 더 큰 시장을 만들어야 할 시기에 혼자 독주하다보니 결국 지금 시점에선 오히려 시장이 와해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운 메타블로그 초창기의 블로그 문화
어쨌든 전 그 당시가 그립습니다. 블로거들이 올블, 블코에 놀러와 같이 밥먹고 긴밤 지새우며 이야기했던 그 시절 말이죠.
특정한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각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정말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스스로에게 이익이 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전달하고 설득하기 위해 댓글, 트랙백을 써가며 같은 주제의 글을 하루에도 여러개를 써 다양한 이슈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비록 당시 전체적은 블로거 문화와 이를 즐기는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그런 치열한 논의와 토론은 정치권도 긴장시킬 요인이었고, 정치 블로거 탄생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정치인이 연락을 취하기도 했으니..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당시엔 메타 블로그가 참 뜨거운 감자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논쟁이 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치열한 싸움에서 가치를 인정 받은 블로거는 진정한 파워 블로거로 불렸고 (지금 제품 리뷰나 하며.. 광고 올리고, 검색 최적화해 사람 많이 들어오는 블로거는 당시 쓰레기로 불리웠습니다.) 그 가운데 큰 수혜자 한사람이 떡이떡이란 필명으로 유명한 서명덕 기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진정성과 열정을 가지고 정진하던 이들이 많아서 같은 IT 이슈라도 지금처럼 가쉽성이 아닌 깊이가 묻어나고 철학적 접근이 가능한 주옥 같은 명글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윕 2.0을 토론했고 욕했으며, 인정하는 선순환의 제대로 된 이슈메이커가 메타블로그였던 거지요.
지금의 메타 블로그나 블로거를 욕할 마음이 아니라 당시 문화가 그랬고 그것이 블로그 스피어 확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결론, 메타 결국 원칙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사람마다 분석이 다르고 접근이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SNS인 페이스북이 6~7년을 넘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테크노라티도 과거의 영광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이 영역을 구축하며 메타 블로그를 이끌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한국은 너무 뜨겁게 타올랐고 너무 차갑게 식었다는 표현을 남기고 싶네요.
이 과정을 결론지어 보면 너무 뜨거워지며 사람이 몰렸고, 결국 좋은 글을 선별하고 이런 글을 통해 생각을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던 문화가 사라지며, 급격한 상업화가 그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메타는 본연의 기능과 순수성을 저당잡힌 꼴이 된거죠.
위에서도 지적했던 서비스 외적인 요인과 급격한 SNS로의 시장 변화도 한몫했지만 매셔블, 허핑틴이 블로그 미디어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 Reddit과 Digg.com이 예전만 못하지만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좋은 글을 선별하고 이런 필터링에 참여해 다양한 이슈를 만들던 블로거 문화를 잃어버린 것이 메타블로그가 순식간에 무너진 결론이 아닐까 싶네요.
분석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결국은 과거에 대한 회상과 과거의 기억에 대한 마지막 정리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도 힘들고 돌아가도 다시 철학을 유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본다면 결국 새로운 미래로 한발 올라서기 위한 과정을 거쳤다고 봐야겠네요.
비록 블로그가 예전처럼 인정 받지 못하고 SNS가 대세지만.. 컨텐츠는 죽지 않는다는 제 신념처럼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언젠간 컨텐츠 잘 만들고 생산하는 블로거들이 다시 빛을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란 희망을 남기며 이번글 마무리해야 겠네요.
이 글은 아이엠데이 IT칼럼에 기고 된 글입니다.
http://www.iamday.net/apps/article/talk/795/view.iam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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