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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야기를 할 때면 사람들은 항상 남용 부회장 시대를 거론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중 하나는 바로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란?”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 필자가 자료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용 부회장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는 긍정보다는 부정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그 이유는 그가 LG 집권 시절에 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보다는 맥킨지의 컨설팅에 의존하며 마케팅과 브랜딩 강화에만 열 올렸던 점을 생각하면 왜? 남용 LG 전 부회장이 욕을 얻어 먹는지 알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을 갖춘 글로벌 마케팅 컴퍼니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LG가 추락했고, 현재 LG전자 위기의 주체적 역할을 그가 담당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경영이라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외로운 승부사와 같다. 남용의 경영 실험도 결국에는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이지, 만약 성공했다면 현재의 평가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생각해보면 경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례를 단순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들어 가기에 앞서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의 과거를 잠시 이야기해 보면 그는 LG의 제2대 회장 이었던 구자경 회장의 비서실 출신이다. 


삼성도 비슷하겠지만 대기업의 비서실이 하는 역할들을 생각해보면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자리로 승진의 교두보 같은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남용 부회장 역시 이 조직 출신이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구인회 창업주 회장 이후 매출 260억원의 기업을 30조원 규모로 키우고 현재 LG 브랜드를 확립한 구자경 회장의 재임시절 LG 비서실에 있었으니 그 신임이 얼마나 대단했겠는가 말이다. 



남용시대 개막

최고의 인재들만 모인 LG 비서실과 경영 혁신 본부를 거친 이후, 그는 LG전자 멀티미디어사업본부와 LG 텔레콤 대표이사를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자로서의 발자취를 남기기 시작하는데, 그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LG 텔레콤 시절, 3G 서비스 사업권을 반납하는 결정을 하면서 그의 리더쉽이 인정받으면서였다. 


동기 방식과 비동기 방식으로 3G 사업권을 정부에서 배분하는 과정에서, 기업 논리가 아니라 안일한 국가 기술 표준 원칙 때문에 동기 방식의 3G 기술에는 KT와 SKT가 낙점되고, LG가 비동기 방식의 사업권을 따낸 것이 화근이 된다. 알려진 내용들에 따르면 다른 통신사들에 비해서 LG가 이 시장에서의 반전을 꽤하고자 3G에 많은 투자를 해왔는데, 그들이 투자한 기술 방식이 동기식이어서 비동기 방식의 3G 사업권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LG는 3G 사업권을 반납하고 대신, 2G 기반의 통신망을 개량해 3G 서비스를 일부 실현한다는 복안을 내놓게 된 것이다. 최고 경영진 입장에서야 기존 2G 망을 활용하면서 3G 기술에 대응 할 수 있었기에 비용도 적게 들고 불필요한 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남용의 능력을 남다르게 본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남용 전 LG 부회장 역시 당시 쇼맨쉽을 조금 보이며 사장직까지 걸고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알려져 있다. 사업권을 반납하면 정통부의 권고로 사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던 것인데, 이런 결단력을 LG 수뇌부가 높이 평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계기가 된 것인지, 당시 LG 전자의 휴대폰 사업 부분을 본 궤도에 올려놓은 김쌍수 사장을 퇴진 시키고, 이 자리에 남용 전 LG 부회장을 내정하면서 본격적인 남용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 남용 전 LG 부회장 집권기가 크게 전/후반기로 나눠 볼 수 있는데, 퇴임전인 2007~2009년까지 LG 전자는 승승장구하며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잘 나갔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밀리언 셀러 휴대폰인 초콜릿폰 등을 내놓으며 LG 시대를 여는 것처럼 비춰졌다. 


그런데 이 시점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이 시기가 본격적인 모바일 빅뱅의 전초전이 시작되는 시기로 한국의 통신 시장에도 엄청난 충격을 던져줬던 아이폰이 본격적으로 시판된 시기이기도 하다. 


물론, 이 시기는 LG의 실적도 워낙 좋았을 뿐만 아니라, 모바일 빅뱅의 근원이 되는 스마트폰 시대가 개화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노키아, 삼성, LG, 모토로라.. 등 대부분의 전통적인 핸드폰 제조사들은 피처폰에 열중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것이 남용과 LG전자를 추락시킨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 



남용 VS 김쌍수

남용 시대 이전은 김쌍수 시대로 LG에 최초로 6시그마를 도입하며 LG의 기술 혁신과 생산성 혁신을 일으킨 시대로 당시에 LG의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을 수 있게 된 기술과 품질 향상에 주력한 시기였다. 


남용 전 LG 부회장의 성공은 김쌍수 사장이 만들어 놓은 결실을 남용 부회장이 맺은 것이라고 치부하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그가 욕을 먹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김쌍수 사장과도 연관되어 있는데 기술 개발 보다는 마케팅과 브랜딩 향상에만 주력해 기술 인력의 혁신을 저해한 점을 질타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도 LG 텔레콤 시절에도 통화품질로 인한 고객불만을 통화품질 개선과 망투자를 통해 해결하기 보다, 이를 무마 할 수 있는 마케팅적 기법 도입으로 해결하도록 지시했다는 일화도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시각이 어떤 방향에 치우쳐 있었는지 살펴 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닐까 생각된다. 


어쩌면 경영자로서 장기적인 기술 비전보다 단기적 실적에 치중하고 고객 감성을 끌어내는 것에 열중한 나머지 본질을 꿰뚫지 못했다는 비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기술적으로 한 단계 LG를 도약시키고 본격적인 글로벌 기업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김쌍수 사장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김쌍수 사장이 남용 이후까지 LG 전자에 집권했다고 한다면 과연 아이폰으로 촉발 된 모바일 빅뱅의 시대를 잘 견뎌낼 수 있었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당시 경영적 환경이나 세계의 대다수 기업들의 인식을 살펴볼 때 누가오더라도 2008~2009년의 LG 실적을 유지하긴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결과론적으로 밖에 당시 상황을 이야기 할 수 밖에 없겠지만, 위기를 극복 못했다는 것과 마케팅과 브랜딩에 더 치중했다는 이유로 남용 전 LG 부회장의 능력을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호불호가 가리는 인물이고, 실제 LG 재임 시절의 성과를 봐도 장/단점이 명확히 구분되기는 하지만, LG의 위기를 초래하기 전까지를 살펴보면 남용 부회장 시절의 LG는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과 함께 자만이란 덫이 경영적 판단을 해쳤다고 보는 건 어떨까 싶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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