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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고 있는 소니 이지만, 아직 호흡기를 붙여야 살아 남을 수 있는 수준의 절박한 상황은 아니다. 그리고 아직 그들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열심히 뛰어가고 있다. 


다른 호사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과거의 유산에만 기대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소니는 영상 음향에서 나름의 영역을 만들어왔다. 세계 방송장비의 70% 이상은 소니 장비이고 음향 시장에서도 전문 음향 기업은 아니지만 자동차, 오디오, 영상음향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유독 영상에 강한 소니가 디지털 카메라 분야는 그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CMOS 반도체 설계 기술을 영상 분야에 활용하고 수익원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신들이 잘하지 못하는 디지털 카메라 분야에 진출했고 급기야 캐논과 니콘이 지배하는 DSLR 시장까지 도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기술력이 오죽 좋으면, 장인의 자존심이 서려 있다는 니콘에서 CMOS 센서를 사다 쓰겠는가?


소니의 도전은 단순이 이런 부분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장악하는 과정을 들여다 보면, 자사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이미징 센서를 OEM화 하며 사업을 제품 판매에만 국한 시키지 않고 있다. 


또한, 이들이 카메라 시장 장악 과정에서 기존 DSLR 방식의 기술로는 기존 강자인 캐논, 니콘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미러가 없는 미러리스 시장에 개척하고 있다. 기존의 시장에 도전했다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자 전혀 새로운 시장에서 자신들만의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어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 부분만 보면 어떤 기업이 생각나지 않는가? 바로 애플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도전과 혁신의 DNA는 애플이 아닌 소니가 원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경쟁력 때문에 뒤쳐져 있다고 비난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들의 기업 내부적 문제점만 해결되면 언제든 삼성을 넘어설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소니의 시장 대응력 때문에 혁신하지 않는다거나 노력을 폄하해선 안되고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따져보면 다양한 부문에서 아직 경쟁력 있는 소니인데 왜? 모바일 분야에서는 소니가 힘을 쓰지 못하는지 궁금해진다.


그 이유는 소니의 모바일 사업 부문의 시작점을 찾으면 알 수 있다. 소니의 모바일 사업은 소니 에릭슨이 총괄하고 있었다. 이들 기업은 2001년에 소니와 스웨덴의 에릭슨이 각 사의 휴대전화 사업부를 분리해 50:50으로 합작한 것에서 출발한다.


2001년 당시, 음향 및 영상기기에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던 소니와 휴대전화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판매량으로도 세계 3위권의 자리에 올라 있던 에릭슨이 결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확신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모바일 시대가 도래 할 것이란 전망 하에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 시절 합작이 추진됐는데, 당시 소니의 모바일 사업 부문을 키우는 것보단 에릭슨과 합병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해 합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얼마전에는 소니에 의해 이 합작 관계가 완전히 청산되 소니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로 재탄생하며, 소니가 더 이상 모바일 시장에서 수수방관 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으로 문제점을 짚어보기 위해 두 기업의 합작 시점을 살펴보겠다. 두 기업이 합작사 설립하자마자 에릭슨의 지분을 가져오면서 단숨에 노키아와 모토로라에 이어 세계 3위의 휴대전화 제조사로 올라섰다.


의미 있는 출발이었지만, 문제는 당시 소니가 에릭슨의 문제를 너무 과소 평가했다는 점이다. 에릭슨은 협력 당시 경영적 문제와 노키아와의 경쟁에서 뒤쳐지며 점진적인 추락기에 있었다. 


중국시장에 대한 대응이 늦었고, 1세대 통신 시장이 급성장하자 전략을 이에 맞추고 있다가 2세대 3세대 시장이 급성장 하면서, 이동통신 기술 투자에 한발 늦어, 삼성과 LG와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노키아는 이런 흐름 속에 저가 판매 전략을 취했는데, 저가 제품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채산성을 높이기 위해 아웃소싱을 시도하며 (핵심적인 제조와 기술개발은 내부에 하면서 디자인이나 단순 부품 생산을 아웃소싱으로 돌려 가격 단가를 하락 시킨 것) 경영 혁신을 이뤄내 독보적 1위로 올라섰지만, 소니 에릭슨은 이마저도 한발 뒤쳐지게 된다. 


노키아는 지속적인 경영 개선을 통해서 지역 거점에 공장을 지어 선제적 대응을 했고, 산업이 급성장 할 것으로 예측해 시장별, 고객별로 라이프 스타일 분석과 다양한 시장 조사를 통해 계층적 시장 수요을 만들어냈다.


저가지만 경영 효율화로 일정 마진율을 유지하고, 각 지역별 시장에 특화 된 제품을 생산해 경쟁력을 확보한 노키아는 먼저 시장을 선점하며 트랜드를 선도했다. 


소니와 합병 이후에도 에릭슨 주도로 운영되던 “소니 에릭슨”은 경영 개선을 이룩하지 못해 부품 조달, 제품 설계, 제품 생산성의 한계를 드러내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되며, 삼성이나 LG 한테 추격 받아 결국 마이너 업체로 전락한다.


그 문제점을 좀 더 들여다 보면 기가 막힐 수 밖에 없다. 시장을 빼앗긴 이유가 기술력이나 제품력이 떨어져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품 조달이 원활하지 않아서, 시장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제품이 없어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했다. 또, 물류 시스템을 개선하지 못해 부품 수급 문제로 원가 경쟁력이 높아지며 노키아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


소니는 이 합작을 통해서 단순히 모바일 시장에 진입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겠다는 전략에 에릭슨과 합작했는데, 자신들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오히려 역효과를 맛보게 됐고, 때마침 한국 기업들이 일본계 기업이 강세를 보이던 대부분의 전자 부문에서 선전하자 소니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이 역량을 모바일 전자 부문에 투자하다 모바일 사업을 놓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판세는 읽었지만, 대외적인 불완전성이 해소되지 않았고, 기존의 휴대폰 사업자들이 즐기던 게임의 룰로 시장에 접근 한 게 큰 패착이 됐다. 기존의 에릭슨 방식이 아닌 소니 만의 방식으로 애플처럼 전혀 새로운 접근을 했어야 했지만, 시장에 쉽게 진입하겠다는 안일한 접근에 전략 실패를 부른 케이스다. 


당시 아직 거론되지 않았던, 스마트폰에 집중한다거나, 폴더폰 중심의 시장에서 슬라이드폰 방식을 제시하고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정리하고 인력 감축을 병행했다면 지금의 상황과는 많이 달랐을지 모를 일이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아마추어 소니가 음흉한 에릭슨의 덫에 걸려들었고, 리스크 제어라는 명목으로 오랜 기간 합작 상태를 유지하며, 소니 특유의 관료주의 문화로 대변되는 컴퍼니제도처럼 전략적 일관성이나 목표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다 실패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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