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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면서 잊혀지지 않는 날들이 있다. 개인적으론 결혼하던 날과 아이엠데이를 창업했던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후배 두명과 그저 세상을 변화 시킬 멋진 서비스를 만들어 보자는 일념으로 시작했던 아이엠데이.. 걱정도 많았지만, 창업 초기였고 당장 수익과 운영비 압박이 없었기 때문에 행복한 설레임이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언제 망할지 알 수는 없지만, 후배 창업자들에게 다소간의 도움이라도 나누자는 차원에서 틈틈히 본 필자의 창업 스토리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이번 글은 그 첫 시작으로 창업 초기의 생각들을 전해보고자 한다. 





연애하듯 일하며, 설레임으로 다가가는 창업


시간이지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창업은 마치 결혼 또는 연예와 비슷했다는 생각이다. 스타트업이기에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항상 가슴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데, 창업 초기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스스로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한다는 사명감이 늘 기쁨속에 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 주었던 것 같다.


특정 기업의 조직원으로 일할때 해보지 못했던 시스템적인 문제나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는 그 설레임 그것이 성공으로 이어질 거라는 막연한 기다림이 연인 사이에 오가는 애틋함이나 두근거림과 비슷한 감정처럼 다가왔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연인에 대한 익숙함.. 일상화 된 만남이 주는 권태기가 있듯, 기업도 시간이 지나면 크던 작던, 활력을 잃거나 매너리즘에 빠질때가 있는 것 같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막상 결과물은 없고 자금 여력은 떨어져, 먹고사는 걱정을 해야하는 처지가 되면 더욱 그런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어떻게해야 돌파구를 찾을지 알 수 없는 그 암담함이란? 리더의 자리가 왜? 외로운 자리를 깨닫게 한다. 특히, 암담한 상황에서 조직원도 불안해하는 모습이 보이면, 리더로서 더 큰 걱정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이런 상황을 견뎌낼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그런것을 보면 인생과 창업은 묘하게 닮아 있는 것 같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해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다 때와 기다림속에 잘 다져져야 본연의 가치가 꽃을 피우게 되기 때문이다. 


아직 많은 나이를 먹은 것은 아니지만, 대학 졸업이후 수년을 IT 바닥에서 일하며 느낀 것은 세상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과 노력하고 준비하고.. 끈기있게 기다린 자에게 하늘은 비로소 값진 열매를 내려준다는 것이었다. 



창업후 어려웠던 시기?


창업 초기에는 정말 기쁨속에서만 일했던 것 같다. 자유롭게 소통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실현 할 수 있다는 것, 회사 사정에 일희일비 [一喜一悲] 하지 않으며, 그저 앞만보고 달리기만 하면 되는 시기였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시간이 1년가까이 되면서 걱정이 많아졌다. 가지고 있던 돈이 조금씩 바닥을 보였기 때문이다. 조직에 있으면서 늘 짧은 시간안에 너무 많은 일을 하다보니 체계 없이 기본기도 쌓지 못하고 달려왔던 불만들이 있었는데, 그런 기본들을 다지면서 조금 여유를 가지고 달려보자는 심정이 자금력에 문제가 생기면서 흔들렸던 것 같다. 


그때 큰 판단 실수를 했는데, 창업후 최대의 위기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저렇게 분석해도 뛰어들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들었던 소셜 커머스 사업이 뛰어든 것이다. 없는 살림에 5개월 준비해서 론칭한 서비스, 결론적으론 참패하다 못해 큰 실패를 맛봤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5개월이란 시간은 일반 기업의 1~2년에 해당하는 큰 시간임에도 냉정하지 못했던 판단과 적절한 대응이 늦어지면서 큰 위기를 맞은 것이다. 결국 이 서비스는 5개월 만들고 1개월반만에 접었다. 너무 큰 실패였고,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지만 당시 충격은 정말 대단했다. 


그래도 이 상황에 대한 위안거리는 1개월 반만에 시장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하에 서비스를 접은 결정이 아닐까 싶다.


이후.. 정말 큰 고통속에서 자금 문제 때문에 고민하다 지인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는데, 당시 교훈 하나를 얻었다면, 가능성 100%가 아닌 시장엔 절대 도전하지 말라는 것이다. 


가능성이란 묘한 것이 실패할 확률과 성공할 확률이 교차하는데, 실패 할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크다면 절대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가능성에 투자하지만, 결국 확률싸움.. 


스타트업은 절대 막연한 기대감으로 진입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해왔던 커리어와 능력, 아이디어에 대한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어떻게 기업을 운영하겠다는 확실한 자기만의 철학과 이에 대한 객관적인 기업 운영론이 밑받침 되어야 한다. 


문제는 대다수의 창업자가 이런 것보다는 막연한 가능성에 더 큰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소셜 커머스에 진입했을때도 개인적으론 이미 레드오션이 된 시장이고 아이엠데이 스스로 조직적인 대응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실패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도 그 시장에 진입한 것은 당시 회사 사정과 함께, 냉정함을 잃어 막연한 가능성과 돈을 더 쫒았던게 큰 패인이었다고 생각한다.  


불나방이 타죽을 것을 알면서 호롱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큰 경험이었지만, 반대로 큰 타격은 좀 생존 여력을 크게 잃었다는 점이다. 그 5개월의 시간은 금전적 손실 뿐만이 아니라 과거 만들어 놓은 서비스까지 운영하지 못해서 자생력을 잃게 만들었기 때문에, 대기업으로 치면 부도 위기에 놓이게 만든 위험한 결정이었던 것이다.


지나간 일이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새로 창업하는 창업자들이 얼마나 강한 심장과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일깨우는 일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확률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다면, 시장과 현재 속한 기업의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도전해도 되는지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지 모색하는 것에서 시작해야한다. 



쉽지 않는 창업 초보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에 와서도 매 순간 결정과 선택이란 기로에 놓이지만, 이런 경험이 조금은 선택에 도움을 준다고 믿고 있다. 과거에 비해서 큰 결정을 해야 할때 조금은 여유가 생긴걸 보면 더 그런 것 같다. 


창업 초보자들은 결국 이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늘 3가지 카드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첫째는 실패의 카드다. 실패해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을 위한 카드다. 언제든 안된다 판단했을때 과감하게 털어내고 정리 할 마음가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생의 리스크만 커질 뿐이다. 


둘째는 자기 생활의 카드다. 일이 좋고 성공을 위해 달리는 것은 좋지만, 일에만 매달리다 보면 스스로 매몰되고 냉정하게 판단 할 수 없게 된다. 여유롭게 모든 사안들 (경영, 시장 상황, 조직 상황)을 판단하기 위한 자기 생활 유지를 위한 카드가 필요하다. 


셋째는 멘토쉽 카드가 필요하다. 조언을 구할 최소 2명 이상의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주변에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론 주변에 너무나 물어 볼 곳이 없었다. 혼자 스스로 해내서 얻은 것도 많지만, 조언 들을 곳이 없다보니 좀 더 안정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은 적이 많은 것 같다. 


같은 업종도 좋지만, 가능하면 다른 분야에 계신 성공적 창업의 길을 또는 인생을 걷고 있는 분들의 삶의 지혜를 빌릴 필요가 있다. 같은 업종에 있다보면 업종과 시장 상황을 너무 잘알다보니 뻔한 결론만 전해 듣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모르는 상황에서 냉정하게 이야기와 사업에 조언을 구할 사람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이 시장을 모르면 안되기에 멘토 구성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창업의 성공카드는 결코 창업 매뉴얼과 같은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같은 분야의 창업을해도 내가 조직원으로 있을 당시와 리더로 있을 당시의 상황과 환경은 매우 틀리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에서 1~2년전의 경험은 중요하지만 절대 가치가 될 수 없다. 


고로 매뉴얼은 수시로 변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 필자와 같이 큰 어려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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