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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필자는 HTC의 열린 기업 문화를 통해서 삼성의 통제 된 기업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적이 있다. 그 글을 쓴지 불과 1년이 조금 넘은 것 같다. 그런데 기업 환경과 분위기는 과거에 비해 180도 변해 있다는 생각이다. 


과거에 필자가 HTC를 찬양했던 것은 그들은 좋은 기업 문화 때문이다. 잘 알고 있는 것 처럼 HTC의 오너들은 물론 임원과 직원들의 상당수가 미국에서 공부한 소위 미국물 먹은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HTC는 불과 4~5년전만 하더라도 LG의 경쟁 상대도 되지 않았던 업체였다. 중소 기업보다는 크지만 결코 대기업이라 불릴 수준은 아닌 기업이 HTC 였고, PDA 개발과 OEM 방식의 피처폰등을 주로 개발하던 3류 회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누가 이 기업이 과거 3류 회사쯤으로 불리 울만한 기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단순히 인재가 많아서 되는것도 안니며, 운이좋아야 되는 것도 아니다. 경영적 능력, 인재, 시장의 패러다임이란 3박자가 잘 맞아야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기업으로 성장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기업이 요즘 휘청이고 있다. 세계에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안드로이드 폰을 비공식적으로 만들어 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가진 기업임을 공언하던 HTC는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있다. 


그 결과물은 노키아, RIM 과 같은 길이라고 단언 할 수 있기에, HTC의 오너는 사내 메일을 통해 이렇게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관료주의를 없애라?, 관료주의에 물들지 마라?"


 



 


HTC의 성공 이유?


그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HTC가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 할 무렵 시장은 피처폰이 대세였고,  노키아, 삼성과 3위 그룹의 전쟁에 LG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던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HTC의 CEO 였던 피터추는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이미 레드오션이 된 피처폰 시장이 아니라 PDA와 스마트폰 시장에 역량을 집중한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는 미국에서 공부한 경험과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 안드로이드 아버지 앤디 루빈과 구글의 온너들에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2005년 이후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인수되고 안드로이드가 빠르게 정착하기 시작 할 무렵 HTC는 초기 파트너쉽을 맺고 구글과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비공식적이었지만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개발을 이즘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구글 파트너가 되고 시장의 가능성을 알게 된 HTC의 경영진은 구글의 까다로운 요구를 빠르고 만족스럽게 수용하고 개선하며 협력 관계를 만들어 간다.


당시 HTC는 구글에 엔지니어 50명을 파견해서 3년간 구글 유니폼을 입고 구글의 직원과 동고 동락하며 첫 안드로이드폰 G1을 내놓았으니 말 다한 것 아닐까?


그런 회사가 이제 년 수익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세계 5위권의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HTC의 날개없는 추락은 왜일까?


상당수 사람들은 HTC의 위글 제품 혁신에서 비롯됬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2011년 2분기 최고점 찍은 이후 경쟁사들의 안드로이드 몰빵에 힘입어 무섭게 HTC를 추격해왔지만 막상 HTC는 성공에 취해서인지, 그 이상의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과거 글에서 밝힌것 처럼 사내 직원들의 생동감 넘치고 파릇한 아이디어 논의는 더이상 찾아 볼 수 없게 되고, 세계 5위권의 점유율에 안주해 버린 것 같았다. 


이미 경쟁사들은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만들고 HTC와 기술 격차를 벌이고 있었고, 급기야는 삼성에 레퍼런스폰 제작에 대한 우선권도 뺏기는 처지가 된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엔터테인먼트와 UI에 치중했지만, 이 역시도 잠깐 반짝하고는 시장 기대를 흐지부지로 끝내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미국의 경우 그래도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있는 나라라서 그런지 HTC 제품 점유율이 꽤 높지만, 그 이외의 시장에서는 점차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렇다고 애플처럼 혁신적이고 자금이 많은 회사가 아니라 스스로 시장을 리딩하고 창출하지도 못한다. 삼성처럼 추종자 전략을 취하려해도 자금력과 기술력이 떨어진다. 아마 지금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다면 몇년안에 다시 5위권 밖으로 밀리며 저가 경쟁에 놓이고 RIM과 같은 꼴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이 그 기로에 서있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고 피터추도 그 상황을 알고 사내메일을 돌린게 아닐까 싶다. 



사내 메일의 내용은?


전략적 결정에 다급함이 없음을 경계하자, 시장에서 스마트폰 점유율은 늘지만 HTC 판매량은 줄고 있다. 경쟁사에 비해서 자금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만회하기 위해 혁신해야 하고 보다 품질 높은 제품을 만들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결국, 피터추의 판단은 직원들이 예전 같지 않고, 매너리즘에 빠져있다고 진단하고 있는 모양이다. 틀린 판단은 아니라 생각한다. 


다만, 그것이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 조직을 이끌고 있는 CEO 스스로에 대한 지적이 없는 점은 아쉽다는 생각이다. 


누구나 기업의 문제를 기업 내부에서 찾고 자기보다 다른 직원에서 찾지만, 조직이 이렇게 매너리즘에 빠진건 결국 경영자의 능력 부족이 1차 원인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문제를 인정하고 다음으로 처방을 내놔야 하지만, 문제만 지적하고 있다. 이런 메일은 사내에 경각심을 심어줄수는 있어도, 충성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인지해야 하는데 아쉬운 대목이다. 

 


조직문제 해결을 위한 답이 없는 HTC


HTC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반전 카드가 필요하다. 안드로이드 주도권은 이미 빼앗긴 상태다. 남들이 다하는 스마트폰, 태블릿도 경쟁력을 잃었다. 제품 자체가 매력을 제공하기 힘들다면 소프트웨어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볼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HTC가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페이스북, 트위터 폰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들과 밀접하게 관계를 유지하면서 SNS 폰을 만들고 페이스북 앱스토어등을 활용해 아마존처럼 자체 생태계를 구축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현재의 HTC엔 그런 시각을 제시하는 설계자가 없다는 생각이다. 


CEO의 메일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 인데, 이 포인트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을 볼땐, 전문 경영인 또는 사내에서 훌륭한 리더를 키워 교체 할 시점이 된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기업이 성장하다 위기에 처하면 항상 직원을 탓하는데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직원에 앞서 오너에게 있다는점을 인식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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