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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5가 출시되었고, 시장은 많은 실망감을 노출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혁시 없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걸핏하면 해대고 있고, 언론조차 이에 편승해 아이폰5와 애플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비판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좀 더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패러다임이 변화되는 시기에는 그에 걸맞는 혁신이 출현할 수 있는 분위기와 조건이 만들어지지만 한번 패러다임이 전환된 다음에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세상을 변화시킬 센세이션널한 혁신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산업이 바뀔 당시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는 것은 지속적인 산업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데, 그건 말이 않되지 않는가? 어쨌든 세계의 어떤 기업보다도 혁신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애플과 아이폰5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우기 보다는 그들에게서 무얼 배워야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사람들이 요구하는 혁신이 아니라 기업이 나아가야 할 혁신의 방향이 무었인지 이글을 통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아이폰 5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은 좀 남았지만, 이 제품이 한국에 출시하는 즉시 구매를 고려하고 싶다. 새로운 디자인이 채용되고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들이 채용된 것은 아니지만, 아이폰 출시 초기의 모자람이 많이 채워져 있고, 성능과 하드웨어 완성도 면에서도 이제 전문 모바일 디바이스 제조 업체들과 겨룰 정도로 성장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어떤점들에서 애플의 혁신을 논해야 하는가?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부분적 혁신들이 아이폰5와 애플의 혁신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는데 그중에서도 애플이 직접 손을대기 시작한 모바일 칩 분야에 대해서 의견을 이야기하고 싶다. 아이폰 5 출시 전까지 루머로 돌았던 이야기에 따르면 A6프로세서는 ARM코어텍스 A9 또는 A15 기반의 라이센싱 칩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아예 ARM의 설계 도면을 폐기하고 새롭게 만든 것은 아니겠지만, 상당한 영역에서 애플이 새롭게 수정을 가했다고 보는게 일반적인 평가인 것 같다. 애플도 이에 대해서 굳이 부정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iOS 개발툴인 X코드 4.5를 통해 아이폰5에 들어간 프로세스가 전혀 새로운 신제품이라는 것을 입증했음을 소개하기도 했다. 


A6 프로세서에는 삼성의 512MB 램 2개, 총 1GB의 램이 내장됐고 각 램은 듀얼 채널(32Bit), 1066Mhz 대역폭을 가진다. A5보다 33% 정도 향상된 피크 메모리 대역폭이 제공하는 것은 물론, 쿼드코어 GPU를 이용해 그래픽 연산과 고해상도를 지원하는데 최적화 되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듀얼 코어 기반인 A6는 각종 벤치마크 사이트들을 통해서 살펴본 결과 쿼드코어 기반의 CPU를 압도하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코어수 확대 많이 성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결과이다. 





애플이 CPU를 직접 설계한 이유?


우선 최신 하드웨어를 적용하면서 다양한 기술을 지원하게 됬지만, 문제는 배터리 용량이나 성능은 정체상태로 배터리 성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과정에서 성능하락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전제가 붙는데, 이를 위해선 iOS 6 자체적으로 하드웨어 컨트롤을 최적화 하면서 전력 소모를 줄여야 하고, 이와 함께 하드웨어 성능을 유지하면서 설계 변경등으로 하드웨어적 소모도를 줄여야 한다는 명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에 삼성에 위탁하는 방식으로는 자신들의 OS에 최적화한 성능은 물론 결과물을 얻기도 어렵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그들로 하여금 CPU 개발을 시작하게 한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CPU 개발도 가능한가?


애플의 기술력이 어느정도인지는 아직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과거 맥 OS 전용으로 IBM과 함께 파워 PC 칩을 공동으로 개발했고, 기술적으로 이를 지원했다는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이렇게 직접적인 설계까지 할정도 역량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사실 들어보지 못했었다. 


그렇다면 이는 어떻게 된 이야기인지 이들의 과거를 뒤져보면 알 수 있는데, 애플은 2008년에 PA세미를 인수했다. PA 세미는 반도체 설계 노하우를 가진 전문 기업으로 2억7천800만달러라는 상당히 큰 비용을 들여 이들을 인수했다. 애플이 이정도 금액을 투자한 인수합병이 많지 않다는 점을 참고하면 그들이 이 업체에 어떤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고, 이 업체가 당시 6년차 벤처로 150명의 직원수를 가진 기업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결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프트웨어 혁신 이후에는 하드웨어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는점을 인지한 것 같고, 실제 제품의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기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혹자들은 이 PA 세미가 결국 A6 개발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듀얼코어에 1Ghz 밖에 안되는 성능으로 쿼드코어에 1.5Ghz이상의 성능을 뛰어 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이 기간동안 이들이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았다는 것을 알수있게 한다. 


또, 이과정에서 애플은 과거 파워 PC 개발의 경험을 버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CPU 설계팀에는 지금도 고성능의 파워 PC 칩을 개발하던 짐켈러와 피트배논 같은 최고의 기술인력이 남아 있었고, 1990년대 부터 저전력 프로세스 개발에 강점이 잇던 디지털 아큅먼트 (DEC) 출신들이 만든 PA 세미가 결합해 결과물을 만들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PA 세미의 CEO인 댄도버풀도 DEC 출신이다.)



ARM 의 아키텍처 라이센스의 역할


애플은 PA세미 인수 직후 바로 ARM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비밀리에 사들였다. 이와 관련해 돌았던 루머는 악키텍처가 아니라 ARM을 사들일려고 했으나 ARM이 거부해 협상을 아키텍처 라이센스 구매로 변경했다는 것이었다. 아키텍처 라이선스 구매는 ARM의 기술력을 온전히 사들였다고 볼 수 있는 것으로 현재 ARM 기반의 칩을 자체 개발 튜닝 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시점도 오묘한 것이 당시에는 모바일 시장이 이렇게 급변하고 확대될 것으로 예상 못하던 시기라 인수 금액이 지금에 비해서 낮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들이 얼마나 훌륭한 경영적 결정을 해왔는지 알수 있게 된다. 


 더 재미있는 부분을 들춰보면 ARM 기반의 반도체 제조사들은 대부분 코어 기술을 라이센스하지 아키텍처를 사들이진 않는다는 점이다. 이유는 우선 가격이 비싸고, 설계 기술이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장기간에 큰 돈이 들어가는 아키텍처 인수는 모험에 까까워 투자 대비 성공 확률이 낮다는 이유도 코어 인수로 눈을 돌리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아직 아이폰 출시전이었는데, 애플은 한마디로 모험을 했던 것으로 ARM 아키텍처에 PA 세미 인력으로 A4 개발부터 A6까지 그들만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또, 최근에는 삼성의 CPU 엔지니어인 짐 머가드를 대려왔다. (관련글은 아이엠 데이 칼럼 참조)


짐 머가드 정도의 인물이기에 언론에 소개됬지, 브랜드가 떨어지는 인력들까지 생각하면 현재 애플은 반도체 시장의 인력 블랙홀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을 수급하고 있고, 이런 결과는 A6 같은 괴물 CPU란 결과물로 탄생됬다. 



A6 탄생의 비밀.. 


한참 AP 개발이 이뤄지던 2010년 부터 애플의 CPU 개발에 위기가 찾아온다. 3월 PA 세미 전 CEO인 도버풀이 애플을 떠났고, 앞서 COO 레노 조세프, 시스템 아키텍처 담당 부사장 마크 헤이터가 애플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들이 실질적인 기술인력은 아니었지만, 내부적으론 이들이 떠나면서 통합칩 개발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CPU 개발을 지속하기 위해서 애플을 이들의 이탈에 대비해 2010년 2월경 ARM 기술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제라드 윌리엄스를 영입한다. 그는 코어텍스 A8, 코어텍스 A15 기술을 주도하던 인물로 영입 즉시 CPU 총책에 임명됬지만, A6 개발완료직후 짐캘러가 AMD로 자리를 옮기면서 해체와 결합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외부에서 평가하기로는 아직 애플내에서 반도체 개발팀이 정착하지 못해 불안정한 조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고, 짐캘러의 퇴임도 이와 관련한 신규 인력과의 마찰때문이 아니냐는 루머가 돌기도 했었다. 


이런 예상못한 어려운 상황속에 2010년초에 A6의 논리적 설계를 완료하고 물리적 설계를 준비하게된다. 문제는 물리 설계에 있어서도 인력이나 노하우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애플은 바로 이를 담당 할 반도체 업체 인수를 서두르고 반도체 디자인하우스인 인트린시티를 2010년 4월 1억2천만달러 규모로 인수하기에 이른다.


PA세미나 인트린시티모두 1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는데, 회사 규모에 비해서 큰 비용을 지출했다는 점에서 애플이 이 반도체 개발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려운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후 삼성과 본격적으로 협력하며 CPU 생산을 시작하고 삼성전자의 허밍버드 CPU 기술을 A4에 적용하며 단순 협력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 삼성과 제품 생산을 이루어왔다. 문제는 애플과 삼성이 특허 소송으로 관계가 멀어지면서 A4 까지만해도 삼성에 설계 의존을 많이 했는데, A6부터는 단순 생산만 맞기는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2011년 여름이 되서야 공식적인 A6의 논리적/물리적 설계 및 시제품 개발을 와료했고, 아이폰 5 출시와 함께 제품생산을 시작한 것이다. 종합해 보면 A6는 애플에 의한 최초의 Aplication Process라고 보면 될 것이다. 



애플의 반도체 기술은 어떻게 될까?


애플이 반도체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업에 뛰어들지는 않을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아키텍처 개발을 통해 자신들의 독자 CPU 개발을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파워 PC 칩에 공을 들인 이유도 자신들의 기술력이 담긴 CPU를 만들고 싶어했고, 이것이 제품력과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 스티브 잡스 생전에 CPU 개발에 관심이 많았고, 제품의 성능에서 CPU가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이 기술이 필요함을 언급했다고 한다. PA 세미나 인트린 시티 인수도 스티브잡스의 작품이란 걸 생각하면 왜? 많은 투자자들이 그가 세상을 떠난뒤 애플의 미래를 어둡게 여겼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 놓은 위대한 유산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팀쿡도 멍청한 CEO가 아닌 만큼 이를 잘 활용해 갈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반도체와 통신칩 까지 자체적으로 설계 제작후 생산만 TSMC 같은 파운드리 업체에 외주를 주는 전략을 시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너무 멀리 내다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나도는 루머에서 A7의 경우 삼성이 아니라 대만의 TSMC에 외주를 준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느 것을 보면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내용이라는 생각이다. 


어쨌든 독자들이 단순하게 겉모습의 혁신만을 찾고 이것을 비판하는 것은 잘못된 이야기라는 점을 애플의 A6 개발을 통해 소개하고 싶었고, 그런 접근들이 현재의 애플을 만들었다는 점을 생각해 주기를 바라며 이번글 마무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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