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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이야기를 할 때면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거론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LG 전자 몰락의 주범으로 알려진 남용 부회장이다. 그의 인생 면면만을 살펴 본다면 분명 치열하게 살아온 이 시대의 성공한 CEO중 한명이다. 


LG전자 몰락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바람에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경험한 반쪽짜리 CEO란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시장의 냉혹한 이런 평가보다는 그의 경영이 길을 잃었던 본질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용 부회장의 LG 집권기를 보면 경영적 목표가 기술 개발이나 품질 향상보다는 맥킨지의 컨설팅의 분석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과 브랜딩 강화였다. 이 때문에 마케팅에 더 치중하며 기술 개발을 등한시했고 이로 인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 전환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LG전자의 위기를 자초하게 된다. 


그는 줄곧 LG전자의 미래 비전을 “글로벌 마케팅 컴퍼니”로 제시 했었다. 이 비전 자체가 문제가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 비전 실현의 방법에는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남용 부회장의 글로벌 비전의 한계


마케팅이 먹히는 제품인 아이폰을 보면 기본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에서 경쟁사를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제품처럼 LG 전자도 탄탄한 기술 기반 아래 다양한 신기술을 접목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고 마케팅적 역량을 집중 시켰어야 남용 부회장이 LG 전자에 제시한 비전이 먹혔을 텐데, 기술 없이 마케팅만 집중하다 보니 경영적 패착을 불러왔던 것이다. 


그럼 남용 부회장의 글로벌 비전 실천에서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당시 배경을 놓고 판단해 보자. 


마케팅은 시장을 만드는 행위로 종합해 볼 수 있는데, 그가 주창한 마케팅 컴퍼니가 되기 위해서는 시장을 만드는 기업이 되겠다는 본질적 비전이 필요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이미 최고수준에 올라있는 하드웨어 기술에 소비자를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먹힐만한 제품을 예쁘게 만들어 판매하는 것만이 마케팅 컴퍼니가 나아갈 길은 아니다.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구성원인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하게 예쁘고 하드웨어 스펙만 잘 구성된 일반적인 제품을 만들 경우 경쟁자가 빠르게 나타나고,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오히려 오리지널을 능가하는 제품을 만들며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아 가기도 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경쟁에서 좀 더 능동적이고 급진적인 마케팅 컴퍼니의 비전을 남용 부회장이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어야 했고, 그 시장에는 인문학적 접근이 필수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나이키는 퓨얼밴드라는 제품으로 전혀 새로운 디지털 스포츠 장르를 개척했다. 자신들이 가진 스포츠 브랜드로서의 기업 가치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퓨얼밴드라는 신개념 운동량 측정 도구를 개발해 낸 것이다. 


이 제품은 가속 센서와 각종 신기능이 포함 되 운동량을 측정해 분석해 주는 것은 물론, 게임처럼 목표를 설정해두고 동기 부여를 시켜줌은 물론 데이터를 웹과 SNS등으로 공유 할 수 있게해 스포츠와 재미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훌륭한 인문학적 소양이 반영된 제품이다. 


나이키가 시도하고 있는 이런 전략과 제품 개발이 엄밀히 말하면 남용 부회장이 주창한 마케팅 컴퍼니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스포츠 브랜드지만 R&D 예산을 신발, 유니폼 개발 등에 국한시키지 않고, 새로운 시장과 신개념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 투자하고 있다. 


나이키처럼 LG전자가 온전한 마케팅 컴퍼니를 꿈꿨다면 이런 근본적인 비전이 뒤따라야 했고, 브랜딩과 디자인 강화를 이런 측면들에서 다가 갔어야 했다. 그래야 온전히 자신들 스스로 시장을 창출해내며 혁신적인 제품으로 새로운 게임을 진행하는 진정한 의미의 마케팅 컴퍼니 비전을 실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LG전자는 경영진과 기업 조직원이 인문학적 소양과 비전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어설픈 글로벌 마케팅 컴퍼니를 주창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다 보니 빠른 패러다임 변화속에서 능동적인 전략을 수행하기 어려워 치명적인 오류를 발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이 LG전자 실패 원인으로 지목하는 기술 배척과 브랜딩과 마케팅 중심의 경영이 LG전자를 추락시켰다는 분석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남용 부회장이 실패한 것은 그가 주장한 마케팅 컴퍼니가 인문학 경영의 표본이었음에도, 인문학적 접근 없이 단순한 목적성 방향만 제시해 철학 없는 경영을 시작한 것이 그의 LG전자 경영이 실패한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남용 부회장은 왜? LG전자 경영에서 오판 할 수 밖에 없었나?

집을 지을 때 주춧돌을 다지는 것은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리더인 경영자가 비전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고민하지 못한 것은 이 주춧돌을 잘못 다져 집이 부실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비전의 목적과 전략적 방향성을 잘못 잡은 상태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시장에 대응했으니 당연히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었다. 


이를 위해 2010년 이전 상황을 분석해 봐야 한다. 2007년 이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LG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었다. 휴대폰도 매출 확대를 위해서 신흥 시장을 공략하면서 싸이언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저가 전략이 펼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는데, 문제는 높아져가는 시장 점유율에 비해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부터 LG전자는 경영 컨설팅 등을 외부 기관에 의뢰하면서 본격적인 프리미엄 제품 전략을 추구한다. 삼성이 이미 이 전략을 통해 성공 사례가 있었기에, LG전자는 삼성을 따라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용 부회장은 취임 후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프리미엄 휴대폰 및 IT 전자제품 개발을 시도하며 마케팅과 브랜딩을 강화했다. 


이때 글로벌 시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제품이 초콜릿폰으로 1천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본격적인 수익률 향상이 이루어진다. 이후 샤인, 프라다폰등 프리미엄 제품 이미지를 구축하며 본격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하게 되면서 글로벌 LG의 위상을 갖추게 된다.


실제, 유럽과 남미등지에서 LG 브랜드가 소니 브랜드에 견줄 수준으로 성장하게 됬는데, 당시 위용만을 생각하면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였다.


2009년 LG전자는 2조8855억 원의 영업이익과 55조 5241억 원의 매출 실적을 발표했다. 사상최대 실적이자 삼성전자에 이어 50조 클럽에 두번째로 가입한 대기록이었다. 이중 휴대폰 사업은 1억 대 이상을 팔았고, 세계시장 점유율은 10.4%였고, 매출은 1조 2천억원 수준을 기록하며 성장한다. 


사상 최고, 최대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던 시절이라 쉽게 위기가 오리라고 예상했을 경영자는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성공이 애플이 점진적으로 만들어가던 스마트폰 시장을 과소 평가하는 원인이 됐을 줄은 생각 못했을 것이다. 


이 시점의 피처폰 시장을 보면, 신 사업 분야가 아니라 이미 기술적으로 혁신은 한계 상황에 있었고, 완성된 공정과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점진적인 기술 개선형 혁신에 주도하던 시장로 고착화 되던 시기다.


특별히 모토로라 같이 히트 제품을 만들지 못하지만 않는다면 당분간 잉여력을 바탕으로 일정한 수익 구조를 가져갈 수 있는 안정적인 시장이었고, 설사 혁신적인 제품과 신 시장이 출몰해도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해온 것처럼 선도 기업이 먼저 길을 닦아 놓으면 후발 기업인 LG 전자 같인 기업들이 들어가 시장 파이를 키워가면 된다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을 수 있는 분위기였다. 


당시 남용 부회장 각종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를 봐도 그가 얼마나 자만에 빠져 있었는지를 알 있는데, 한 인터뷰에서 그는 애플이 시장을 잘 모르면서 너무 만만하게 이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고 비판했다. 시장을 모르면서 피처폰 중심인 이 시장이 애플이 만드는 스마트폰 같은게 형성 될리 없다는 자신감 이었던 것이다. 


실제 몇 년전 PDA 기반의 스마트폰을 개발했던 이력도 있었기에, 자신들이 해본 경험상 그 시장은 안된다고 단언한 것인데, 이런 오만을 인정하기 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고, 얼마 되지 않아 그는 LG전자를 떠나는 상황의 위기에 몰리게 된다.


남용 부회장이 좀 더 능력 있는 경영자였다면, 최소한 2008~2009년 LG전자가 가장 좋은 흐름을 보여준 시기에 스티브 잡스처럼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거나 새로운 체제를 준비했어야 했다. 꼭, 인문학적 소양과 자질이 있어야 이런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성공하고 있고, 이미 레드오션이 된 시장이라 판단된다면 미래를 위해 무언가 준비를 하는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적어도 삼성처럼 빠르게 변화한 시장에 대처하는 능동적인 자세라도 있었다면 LG전자가 현재의 위기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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