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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 꽤 재미있는 기사가 올라왔다. 바로 엔씨 김택진 대표와 넥슨 김정주 대표가 하와이 회동을 통해서 세계 Top5 게임사인 밸브를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설에 그치고 있지만, 최근 언론을 통해서 소개 된 넥슨 관련 루머가 일정 수준의 정확도를 보여주고 있다느 점에서 그냥 지나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이들이 주목하는 밸브는 어떤 회사일까?


게임 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회사지만, 한국에는 EA나 블리자드와는 다르게 그렇게 많이 알려진 회사는 아니다. 밸브(Valve)는 MS출신의 게이브 뉴웰과 마이크 해링턴이 1996년에 설립한 회사다. 이후 98년 FPS (first person shooter) 게임인 ‘하프 라이프’로 공전의 히트를 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프 라이프는 그해 국제 게임 전시회 등에서 주는 상 50여 개를 받았을 정도로 기술력과 게임성을 모두 인정받았던 게임이다.


이후 게임 유저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 ‘팀 포트리스2’,  ‘포탈’ 등 히트작을 잇따라 선보이며, Top5 게임 개발사의 입지를 굳혀왔다. 


 



세계적인 게임사들이 이 밸브(Valve)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잇는 것은 기술력과 훌륭한 히트작 게임이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전 세계적인 게임 유통 채널을 확보한 것도 큰 이유중에 하나다. 


게임 내려받기 서비스로 알려진 ‘스팀(Steam)’이 바로 이들의 게임 유통 채널인데,  스팀은 전 세계 회원이 4000만 명에 이르고 이를 고려한 밸브의 기업 가치는 25억~30억 달러(약 2조8000억~3조4000억 원)에 달한다. 


또한, 현재 PC용 게임 내려받기의 70% 이상이 스팀을 통해 이뤄지고 있을 만큼 게임 유저들에게 유통 채널로서 각인되어 있는 서비스다. 엔씨나, 넥슨이 밸브(Valve)를 인수하려는 목적이 스팀 서비스에 있다고 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김택진 대표의 8,000억의 행방은?


얼마전 떠들석하게 했던 김택진 대표의 엔씨소프트 지분의 넥신 매각은 결국 김정주 대표와 김택진 대표가 의기 투합해 글로벌 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협약에서 출발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실제로 김정주 대표는 언론에는 노출을 극히 자제하고 있지만, 넥슨의 성공을 진두 지휘한 모사로 알려져 있을 만큼 기업 인수합병과 경영 전략에 있어서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업계와 학교 선후배 관계인 김택진 대표를 만나서 8,000억을 주고 받는 딜을 진행했다는 것은, 단순한 관점에서는 이해가 쉽게 가지 않는 대목이었고, 한동안 이에 대한 이슈가 게임판에 큰 임팩트를 가해왔던게 사실이다. 


그리고 중앙일보 기사는 바로 이들이 다시 하와이에서 넥슨의 비공개 개발자 서밋에서 회동했다는 내용을 내보냄으로 인해서 결국, 밸브(Valve) 같은 자신들보다 더 덩치가 큰 기업 인수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었다느 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보면 알겠지만, 엔씨 지분 인수 당시 8.000억의 행방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 M&A가 목표라는 루머가 퍼졌던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 할 수 있는 일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굳이 넥슨과 엔씨 결합이 필요했나?


국내 기준과 아시아 기준으로만 본다면 이들 기업은 분명 상위권이지만, 세계적 기준에서는 대형 업체라고 보기는 어려운게 사실이었다. 또, 각 회사의 글로벌 히트작이 있지만, 아직 북미 시장등에서 아시아권에서 거둔 수준의 성공을 맛보지 못했던 문제 때문에, 넥슨은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신경을 썼고, 엔씨는 블레이드앤소울 같은 대작 게임 개발에 열을 올려왔다. 


하지만, 블리자드 - EA 같은 게임 개발사의 공량에 번번히 밀리고, 실제 전세계 게임사 순위도 답보 상태에 이르게 된다. 


문제는 이들이 소규모 스튜디오 인수로 확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과 유럽과 북미 지역 진출을 위해선 넥슨, 엔씨가 아니라 더 확실한 브랜드 파워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한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자신들보다 덩치가 있느 기업을 인수해야 하지만, 생각해보라 자신들보다 덩치 작은 기업에 인수되고 싶은 기업이 있겠는가? 도산 직전이라면 모르겠지만, 보통은 그런 딜은 성립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넥슨 엔씨간의 합병은 이런 글로벌 게임 시장 환경과 현실적인 장벽 극복을 위해 덩치를 키우고 기술력과 영업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비전에서 출발했는지 모른다. 


두 기업이 합병하면 Top 5 까지는 아니만,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는 게임사가 되고, 매출규모와 순익 규모등을 감안할때 벨브와 비슷한 규모를 이룰 수 있어, 인수 합병을 시도 해볼 위치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밸브(Valve) 인수 가능성은?


EA가 밸브(Valve) 인수 금액으로 1조 2천억 수준을 제안했다고 한다.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대표가 현재 가용 할 수 있는 자금은 1조 1천억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은행권에서 조달한다면 2조까지는 자금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데, 밸브(Valve), 넥슨, 엔씨 모두 연간 수천억원대 이익을 내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이정도 돈을 쉽게 배팅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또,  밸브 인수는 현재 관점에선 이상상향에 더 가깝다. EA 조차도 밸브 인수를 수년째 꿈꾸고 있지만 창업주들이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A가 밸브를 인수하려는 목적은 밸브가 가진 게임들의 매력도 한몫하겠지만, 게임 유통 서비스인 스팀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평가다. 


만약 밸브 인수후 스팀을 자사의 게임 유통 플랫폼인 오리진(Origin)과 통합시 큰 효과를 얻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 밸브의 창업자 뉴웰은 회사 매각을 원하지 않고 있고, 매각 대신에 회사 분할에 관심을 더 보이고 있어 전통적인 의미의 M&A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어쨌든 넥슨 - 엔씨보다 덩치가 큰 EA 조차 쉽게 인수 못한 기업이기에 현재는 설로만 인식하는게 현명하다. 이런 이유로 넥슨은 일단 밸브와 지난해부터 사업적 협력 관계를 시작해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합병이 목표일 수 있겠지만, 당장은 어렵다고 보고 장기 적인 관계를 모색하려는 것이다. 협력 관계 유지를 통해서 밸브가 업태를 달리하는 과정에서 넥슨의 젊은 기업문화를 이해시키고 관련 비즈니스의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만약 인수 진행시 방법은 어떤게 있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결국 1조 수준의 딜에다 지분 맞교환이나 일부 지분을 제공하는 형태로 하는 방법이 하나 있을 수 있다. 다른 방법은 부분적으로 스팀만 인수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밸브(Valve)가 자사의 핵심을 그렇게 내줄리 만무하다. 


가능성을 좀 더 넓혀 보자면, 밸브(Valve) 역시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세는 유지하지만 분명 한계점도 있다. 이들도 이런 시장 확대를 위해서 콘솔 시장까지 진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흘러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밸브(Valve)도 더 큰 성공을 위해 아시아 공략이 필요하고 넥슨/엔씨도 북미와 유럽 공략이 필요한데, 서로의 경영권을 인정하면서 현금과 지분 인수 방식을 잘 활용하면 시너지를 만들어낸다는 가정하에 성공적 인수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넥슨의 추가 M&A 진행 상황은?

밸브(Valve) 이외에도 넥슨은 주력 시장인 동아시아에서 확실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대만의 1위 게임사 감마니아(Gamania)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사업 협력관계를 청산하고 감마니아 지분을 34.6%를 확보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현지 언론의 적대적 M&A 의심을 받고 정부의 제재로 지분을 33% 이하로 줄여야만 했다. 


현지 업계나 언론의 반한 분위기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M&A 의지를 거두고 현 경영진과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지분을 다소 조정하긴 했지만 현재 넥슨은 감마니아 창업주이자 알버트 류(CEO)에 비해 10%p 이상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또, 지난해 기준으로 70억5400만 타이완 달러(약 27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4년 연속 최고매출 기록을 경신하며 확실하게 대만과 동아시아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인수시 이쪽 시장에서 안정적인 교두보를 확보 할 수 있다. 


동아시아 이외의 북미 지역에서는 넥슨의 기존 MMORPG 중심의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인수가 진행중이다. 바로 모바일 게임 분야 확대를 위한 인수로, 미국 백플립스튜디오(Backflip Studio)를 인수하려고 하고 있다. 


백플립은 드래곤베일(Dragonvale)이라는 모바일 게임 제작사로 올해 1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이다. 넥슨은 최근 지분매매를 통해 사업적 협업을 시작한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와 함께 백플립 같은 모바일 게임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플립 외도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게임 개발업체 로비오(Rovio)와도 교류하며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는 모양이다. 이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김정주 회장은 지난 6일 한 강연에서 "항상 M&A를 준비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에도 다녀왔다"고 말한 부분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전하고 있다. 


당장 해결 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넥슨은 전방위적인 인수 합병을 통해서 글로벌 Top5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중인 것은 확실하다. 



넥슨-엔씩 욕먹지만, 비전 만큼은 놀라워?


두 기업은 모두 게임방에서 코묻은돈 얻어 성공한 기업이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하지만, 자신들보다 덩치큰 밸브(Valve)를 인수한다는 계획을 세울 정도의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점만은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인수합병은 잘하면 본전이다. 오히려 잘못하면 독이되서 승자의 저주에 빠져 모회사까지 위험해지는 경우도 있다. 


밸브(Valve)나 넥슨/엔씨는 모두 흑자 기업이라는 점에서 승자에 저주에 빠질 염려가 크지는 않지만, 위험성이 없는 것도 아니기에 이들의 도전이 쉽다고 평가 절하긴 어렵다. 


여기에 1조 가까운 현금이 왔다갔다 하는 일이다. 왠만한 담을 가진 기업가가 아니고선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생각이다. 어쨌든.. 가능하다면 밸브(Valve) 인수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성공으로 이끌길 바라고, 좋은 결과을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을 남기며 이번글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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