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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초 LG전자의 새 CEO로 부임한 남용 부회장은 회사의 대대적 변신을 선언하며 이렇게 선언했다. "앞으로 LG전자를 글로벌 마케팅 컴퍼니(Global Marketing Company)로 만들겠다", “사업 부진에 시달리는 LG전자로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 마케팅과 브랜드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판단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나이키나 애플이 공장 없이 개발과 디자인.. 등 프로덕트와 브랜드 관리 및 마케팅 역량 강화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사례만 봐도 단순하게 이 판단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는 이 사례를 성공시키기 위해 해외 임원들을 선임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남용 부회장이 너무도 찬양했던 컨설팅 업계의 지존 맥킨지컨설팅에 조언을 얻게된다. 맥킨지는 남용 이전에도 LG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참여하며 LG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고 이들의 컨설팅으로 좋은 성과를 얻어왔기에 어찌 보면 남용 부회장의 매킨지 사랑은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컨설팅 의뢰와 함께 최고전략책임자(CSO)로 박민석 부사장을 영입하고, 맥킨지에는 LG전자의 조직개편 등 전반적인 경영 현황 일체에 대한 진단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글로벌 시스템 구축을 위해 'C레벨(C level)' 직군의 임원을 외국인력으로 대체하기 시작한다. 2007년 말부터 2009년 7월까지 맥킨지-존슨앤드존슨-IBM 등 해외 기업에서 일했던 5명의 인력을 스카우트하며 명실공히 최고의 스타군단의 위용을 구축하게 된다. 







이 때문인지 당시 타임(TIME)지에서 '아시아계에서 보기 드문 다양성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 받으며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을 정도의 파격적인 경영 혁신이자, 실험이었던 남용식 경영론은 2009년 좋은 실적을 유지 할 때까지만 해도 크게 문제가 없어 보였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애플, HTC, RIM등이 주도한 모바일 빅뱅 시대가 도래하면서 실적이 추락했고, 그의 경영론이 비판을 받게 된다. 


당시 상황을 조선 비즈의 올라온 “LG전자 요직에 외국인 임원 배치 '남용의 실험' 왜 실패했나”를 보면 언어문제로 인한 내부 커뮤니케이션 문제, 기업문화 불일치로 오는 인식의 괴리, LG 공채 출신들의 상대적 박탈감, 남용 부회장의 외국 임원 우대.. 등을 거론하고 있다. 


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2/24/2010122401273.html 

출처: http://haemish.tistory.com/159 



맥킨지 경영 컨설팅에 대한 맹신과 부작용

조직이 이런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CEO와 임원간, 임원들과 직원들간의 소통 부재가 일어나게 되고, 합리적인 경영적 성과를 원했던 높은 기대치에 비해 비효율적인 구조만 양산했다는 것이다. 당시 LG는 글로벌화를 외치며 기업내 모든 직원들의 영어 생활화와 문서의 영문화를 꽤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업무량 증가와 성가 하락등의 이유로 구본준 부회장 체제하에서는 이를 없앴다고 한다. 


남용 전 LG 부회장이 무리였을 줄 알면서도 이런 시도를 한 것은 LG의 환경적 요인들도 크게 작용했다. 전 직원의 60% 이상인 6만 5,000여명의 외국인 직원, 전체 매출에서 한국 이외의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 등 경영적 요소와 기업 환경이 모두 글로벌에 맞춰져 있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시도였는지도 모른다. 


또, 소니의 추락을 경험하고 애플/나이키 같은 기업들의 성공에 관심을 기울여온 경영자라면 현재한국식 기업 경영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시 상황에서 남용은 기술개발보다 이 기술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마케팅과 브랜딩에 더 골몰했던게 아닐까 싶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매킨지를 너무 맹신 했던게 아닐까 싶다. LG 전자의 대다수 컨설팅을 매킨지로부터 받고 있었는데, 한해 컨설팅 비용으로만 지출되는 비용이 300억원이 넘었다고 한다. 좋은 성과가 있었기에 이들의 컨설팅 의뢰를 유지했겠지만, 한쪽 의견에 치우친 컨설팅도 경영진이 의사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무었보다 남용 전 LG 부회장이 간과했던 것은 기술이 아니었을까 싶다. 최고 실적을 내고 있던 상황에서 오는 자만심도 한 몫 했겠지만, 기술 개발보다는 강력한 브랜드 구축이 더 필요했다고 봤던 것이다. 


이는 남용만의 문제는 아니었을지 모른다. 당시 삼성도 크게 휘청이고 있었고, 모토로라/노키아도 꽤 큰 충격파를 받았던 점을 생각하면, 이런 근시안적 판단으로 남영의 경영 능력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이런 상황적 선택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미래에 대한 불안전성의 반영, IT 기업으로서 기술 척도에 대한 관심을 얼마 만큼 갖고 있었는지를 다각도로 평가해야 할 것 같고, 이런 영역에서 남용 전 LG 부회장은 판단 미스를 범했고 이것이 현재 LG의 위기 요인이 됬다고 봐야 하는게 아닐까?



남용의 판단 미스는 무었일까?

첫번째 실수는 매킨지 의존도 일 것이다. 경영 컨설팅을 한해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너무 한쪽 시작에 치우친 리포트를 전달 받았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규모를 줄이더라도 복수의 컨설팅 기업에 리포팅을 제공받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 필자가 분석하는 미스요인이다. 


두번쨰로는 혁신에만 치우쳐, 기업 역량이나 조직 문화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해외 임원일 등용하면서 오는 국내 직원의 상대적 박탈감, 커뮤니케이션 문제.. 등 다양한 소통 문제가 발생했는데, 혁신적 경영 실험을 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것을 적용해 가는 과정에 좀 더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시도 자체는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고 보여지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판단 미스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분석인 것이다. 


세번째로 기술을 등한시 한 점이다. 나이키와 애플이 한해 투자하는 R&D 비용을 생각해 보자. LG도 그만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은 기술 개발을 등한시하지 않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관리/물류/운영의 부담이 생기고 실적과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런 요인은 아웃소싱하고 부품 구매와 관리, 제품기획과 개발/연구에 더 힘을 쏟기 위한 노력을 먼저 선행하면서 전체적인 기업 역량을 마케팅과 브랜딩으로 옮겨왔어야 했지만, 앞뒤가 바뀐 경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디테일하게 살펴보면 이런 내용들 이외에도 비판할 내용이 많겠지만, 이 정도로 요약해 보도록하자. 그리고 우리는 이 LG 사례를 통해서 살펴봐야 할 시사점은 바로 경영자의 판단 척도라는 것이다. 


유능한 경영자는 팔고/사야 할때를 아는 경영자라고 한다. 하지만 남용부사장의 경우 옳은 판단을 하면서도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판단 미스를 범한 것이다. 아직 흥망성쇠를 따질 상태는 아니지만, 이런 판단미스 하나들이 기업의 경영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면 경영에 도움이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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