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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때문에 모토로라 인수했다는 가설은 문제점이 없나?

간밤에 미국에서는 혁명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구글이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 부분을 인수했기 때문입니다. 더 놀라운 점은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기 위해 현금 125억달러(약 13조5천125억원)을 집행했다는 점입니다.

노텔 특허 인수를 위해 40억 집행에도 벌벌떨던 그들이 125억 달러라니요?

대단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일단 내용을 살펴보면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 주식을 지난 12일자 종가에 63%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40달러에 인수하기로 서로 합의 했고 양사의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하면서 공표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래리 페이지(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모토로라 휴대전화 인수가 "안드로이드 생태계 전체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밝은 기대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글이 인수한 모토로라는 어떤 기업인가?
모토로라 인코퍼레이티드(Motorola Inc.)는 무전기 및 무선통신 시스템, iDEN 단말기, 광대역 통신 제품 및 각종 전자 부품과 네트워킹 제품을 개발,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최근에 모바일 사업 부문의 침체로 인해 회사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둘로 나누었습니다. 모바일솔루션(자회사격)과 모바일 모빌리티가 그것입니다.

더 자세한 모토로라 이야기는 "위키백과-모토로라"에서 들으시기 바랍니다.

암튼, 최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드로이드에 올인했고 조금씩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적자 상태에서 탈출이 요원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알짜배기 사업이 한순간에 비 골치덩이로 전락했던는 순간이었는데요.

어쨌든 모토로라가 최근 사업상 이유와 경제 위기등으로 현금 동원력이 많이 떨어졌는데 이런 상황을 타파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모토로라를 매각을(공식적으로는..) 것 같습니다.


모토로라 구글 입장에서 정말 매력적인가?
일단, 언론을 통한 구글의 공식적 입장을 보면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은 결국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모토로라가 가지고 있는 라이센스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지키겠다는 다소 지구방위군적 발상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모토로라는 현재 노텔이나 인터디지털보다 많은 1만5000개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일견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다수 언론의 시각은 모토로라 인수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고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특허 전쟁에서 상당한 파워를 얻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기가 참 미묘합니다. 모토로라가 최근 자신들이 가진 특허를 더이상 방어용이 아닌 공격용으로 사용하겠다며 PC 제조사 18곳과 애플에 대해서도 역공을 시작 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지 얼마 안되어 이런 큰 계약이 이루어 졌는데요.

그들이 가진 1만 5천건의 특허가 과연 MS, 오라클, 애플에 대한 견제에서 자유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깁니다. 애플을 제외한 대다수 회사가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이란 점과 최근 몇년간 취득한 특허가 결국 하드웨어에 치중되어 있을텐데 과연 소트웨어 문제로 시작된 AMO 커넥션에 대한 공격에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 근시일에 결정 됬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는 2가지 해석을 곁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최근 경쟁사들의 공격에 의한 압박 강도가 심해진 구글이 초조해하던 차에 현금 유동성 확보라는 위기 상황에 직면한 모토로라의 입질이 먹혔다는 분석과 두번째 분석인 이미 노텔 인수전에 모토로라 매물 건으로 협상중이었다는 분석입니다.

저는 두번째 분석이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요. 모토로라 같은 인수건이 하루이틀에 결정 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란 점과 노텔 인수에서 구글이 너무 허무하게 결론을 냈다는 점, 인수 몇일전에 IBM 특허를 획득했던 점을 미루어 보면 즉흥적인 관점이 아닌 철저하게 특허로 공격하는 경쟁사에 대한 대비책이면서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파워를 키우기 위한 물밑 작업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죠.

노텔전에서도 10억달러 수준의 기업을 초반에 30억달러 정도에 배팅해 인수하기 보다 애플등 컨소시엄이 충분히 달아 올을때까지 조금씩 원주율 계산등을 통해 최대 46억 달러까지 비용을 높였다는 점이 의심을 줄 수 있는 포인트 입니다.

그리고 125억(13조 수준..)의 비용을 지불 할 수 있는 파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46억불(물론 가치 평가에 좀 더 신중을 기했을수는 있지만요) 인수에 망설였다는 점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결국 모토로라 매물의 덩치를 감안 할때 경쟁사들의 판 키움을 차단하고 모토로라에 대해 너내보다 덩치가 작지만 많은 특허나 기업 가치를 지닌 기업이 나타나면 바로 등 돌 릴 수 있다는 식의 전략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었을까요?

물론 모토로라의 최근 특허 공세에 대한 언론 노출은 다분히 매각 비용 상승을 위한 제스처가 숨어 있지 않냐는 것이 제 분석입니다 .


구글 왜 모토로라 인수를 했을까?
많은 기자분들은 모토로라의 특허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근데 제 견해는 좀 다릅니다. 이유는 그들의 특허 포트 폴리오가 모빌리티 중에서도 HW에 치중해 있다는 점과 현재 모토로라의 위기 상황때문입니다.

몇년간 적자를 내는 기업이고 결국 분할까지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을 2개로 나눈 이유도 도산 위기가 닥칠 경우 도마뱀 꼬리자르듯 내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기업을 125억불의 천문학적 인수 비용 그것도 전액 인수가 아닌 65% 수준에 경영권 인수라면 짐작가는 부분이 없을까요?

제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며 의심하는 나쁜 습관을 지니게 된 독자님들은 바로 아하~~ 그거구나 하셨을텐데요. 그건 바로 "구글의 하드웨어 진출에 대한 야욕"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야욕이란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구글은 몇년간 레퍼런스폰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의심 한번도 안해본 사람이 대다수 였겠지만 전 계속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구글이 하드웨어 한다고 말이죠.

그들은 이런 밑그림 그려왔을 것입니다. 아무리 오픈 소스 OS 만들어 깔고 검색엔진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탑제 시켜서 광고 수익을 얻어도 하드웨어 수준을 넘어서긴 힘들고 경쟁 기업중 잘나가는 기업(대표적으로 MS)을 보면 하드웨어 사업을 하며 시장을 확대하는 모습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또, 안드로이드 OS 배포해보니 성과는 있지만 오픈소스라 외쳤기에 제조사와 시장 컨트롤에서 어려움을 느꼈을 수 있습니다. 협력사들이 자체 웹스토어 구축해서 안드로이드 마켓 이용율이 높은 것도 아니고 제조사와  공짜 OS 납품사간의 미묘한 신경전 속에서 야심을 가진 CEO라면 어떤 결정을 하겠어요.

돈도 있겠다. 한번 질러보지 않았겠어요? 물론 이정도 비용을 단순한 야망 때문에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겠지만, 제가 지적한 문제들을 보면 그럴싸한 가설로 성립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토로라는 왜? 인수 당했을까?
반대로 이런 의문은 안생기나요? 아무리 망가졌어도 모토로라데 구글에 인수 당할정도 힘들었을까?를 생각해보면 그정도로 힘들었다고 보여집니다.

다만, 이것이 경영진의 입장에서의 어려움이 아니라 이사회와 대주주 차원에서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아시죠? 모토로라 대주주가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이란 거요. 오랜 적자 상태로 유동성 한계가 왔고 투자 비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아이칸은 발을 빼고 싶어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모토로라측에 "엄청난 가치를 가진 특허를 즉시 팔아라"고 압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이를 알선하기 위해 움직이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런 측면 이외에도 모토로라의 비관적인 미래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이런 여러 상황을 보면 아이칸이 손털고 나오기 위해 주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실행한 측면이 있고 그 과정중에 구글이 정식 오퍼를 날린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조금이라도 더 가치 있을때 팔아야 남는게 있을테니깐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과연 성공할까?
전 다소 비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소프트웨어 기업이라 하드웨어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점, 그리고 하드웨어 시장 진출을 위해 너무 큰 출혈을 감수했다는점, 삼성/애플등의 너무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는 점등이 다소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MS가 게임시장 진출했을때 많은 사람은 비웃었고 실패 한다 말 했지만 결국 성공했어요. 이걸 빗대어 구글에 적용해보면 구글은 실패 확률이 더 올라갑니다.

왜냐구요? 봅시다. MS는 다소 전문화 된 게임이란 엔터테이너 장르에 접근했는데 이 시장은 하드웨어 장사라기 보다는 소프트웨어 장사에 더 연관성이 높다는점, 그리고 시작하는 규모가 다르다는점 등이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MS는 마우스/키보드도 만들고 게임 타이틀도 OEM이든 자체 생산이든 어쨌든 발을 걸치며 이런저런 사업 환경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자금이 너무 크고, 너무나 강력한 경쟁자가 있고, 시장이 업황을 탄다는점, 경쟁력 유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큰 비용(생산 라인 하나 가동하는 비용이 어머어마하죠?)등을 이유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특허를 인수하고 전문적으로 레퍼런스폰 제작과 판매, 수급량을 일정하게 보장하는 형태로 하드웨어 제조 비용을 유지시키는 형태의 계약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마음입니다.

아무리 래리페이지가 애가 닳았다고는 해도 다소 과한 투자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번 인수 과연 안드로이드엔 득일까?
당연히 득이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속해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안드로이드 진영을 벗어나면 삼성, HTC, LG, 소니등 모두가 강력한 경쟁자가 됩니다.

생태계를 지키고 유지시킨다는 목적엔 부합하지만 앞으로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싸움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란 점,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대한 구글의 입김이 더 강력해져 안드로이드와 제품 제조에 대한 통제권 확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지 의심하는 눈초리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잘쓰면 득이지만, 잘 못쓰면 기업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대안 운영체제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구글이 결국 꿈꾸는 것은 완벽한 구글식 애플 생태계는 아닐까?
최근 애플의 성장세에 따라 제품 판매력, 시장 장악력등을 보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동시에 가지지 못하면 세계 장악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오픈소스로 시장 장악 기틀을 마련했지만 시장 유지와 컨트롤 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만큼 자신들이 직접 제조에 뛰어들어서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장악력을 높여 궁극에 애플보다 더 큰 기업으로 성장을 목표로 했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애플처럼 닫힌 시장이 아닌 열린 시장에서 오픈소스 생태계를 구축해 MS 같은 전방위적 우군을 확보해 애플을 닮은 구글식 생태계를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보게 되는 대목인 것 같습니다.


결론, 구글 무서운 기업 구글 독주를 고민해야 할때..
어떤면에서 구글은 정말 무서운 기업입니다. 애플보다도요. 애플을 철저하게 이용하다 모바일 영역에서 준비가 되자 바로 애플을 배신했고, 썬의 대안자 역할을 자처하며 그동안 개발자와 구글 지지자에게 200% 호응해 왔습니다.

저도 이런 구글에 많은 도움을 얻고 좋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과히 충격적이라 그런지 구글의 독주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고 견제를 할 기업이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물론 객관적인 인수 사실을 면면히 살펴보면 위기와 성공이 공존합니다. 위기를 잘 넘기고 모토로라를 통해 시장 장악력을 잘 확보한다면 모르겠지만 실패한다면 구글의 존패를 거론 할 정도의 위험한 도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성공했으면 좋겠고, 성공후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신뢰 가득한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남기며 이번글을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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