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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실패를 맛보고 있는 소니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기회는 결국 기업 비전과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 때문에 히라이 가즈오 사장이 주장하는 “하나의 소니”란 비전이 중요하고 이 비전 실현 유무에 따라 모바일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보여 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싶다.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보면, 이미 소니는 오래전부터 이 해답을 가지고 있었다.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이 10여년전에 소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잠시 과거 이야기를 해보면,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이 소니의 오너가 된 것은 운 때문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창업주인 모리타 아키오 회장이 생을 마감하며, 오가 회장에게 차기 회장에는 엔지니어 출신의 경영자를 선임하라는 유언을 남기게 된다. 


문제는 오가 회장이 점 찍은 인물이 큰 스캔들을 일으켜 퇴출되면서 고심하고 있을 때,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의 “앞으로의 10년을 향해”라는 시장 분석 리포트 3개를 보게 되면서 이데이 노부유키로 선임방향이 결정되게 된다.


이 리포트에는 애플 인수라는 파격적인 제안도 있었는데, 이미 미래에는 네트워크 중심의 컨텐츠산업 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오가 회장이었던 지라, 이데이 노부유키가 제안이 담긴 이 리포트는 신세계로 보였다.


때문에 이데이 회장을 불러 왜? 애플을 인수해야 하며, 왜? 네트워크로 가야 하는지를 끊임 없이 질문했다고 한다. 그것이 이데이 노부유키가 회장에 오를 수 있는 기회 역할을 했다. 


엔지니어는 아니었지만, 엔지니어 보다 뛰어난 안목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 오가 회장이 탄복한 것이다.


이후 이데이 노부유키가 차기 회장이 된 뒤, 그는 애플의 “디지털 허브” 전략에 비견되는 이데이 노부유키의 '디지털 드림키즈(Digital Dream Kids)'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신만의 경영을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200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에서 스티브 잡스는 “디지털 허브 전략”을 공개했는데, 10개월 뒤 소니도 라스베거스 컴덱스에서 디지털 드림키즈의 핵심인 ‘유비쿼터스 밸류 네트워크(Ubiquitous Value Network)’ 전략을 소개하게 된다. 


중요 한 건 이 두 기업의 수장이 소개한 각 기업의 미래 전략이 매우 닮아 있었다는 점이다. 


애플의 디지털 허브전략: “컴퓨터는 생산성의 시대, 인터넷의 시대를 넘어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의 시대로 가고 있다. 맥은 모든 디지털 기기를 아우르는 디지털 허브가 될 것이다.”


소니의 유비쿼터스 밸류 네트워크전략: “다가오는 브로드밴드 네트워킹 시대를 맞아, 소니는 기기와 컨텐츠를 언제, 어디서든 연결될 수 있는 유비쿼터스밸류 네트워크를 만들 것이다”


소니는 디지털 허브 전략을 통해서 인터넷 시대를 예견했고, 소니도 비슷한 네트워크 시대를 예견했다.


이것 때문에 10개월 늦은 소니가 애플의 전략을 모방했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이미 이 전략의 밑그림을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이 1990년대 초반에 기획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딱히 모방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물론 참고는 했겠지만 말이다.


이런 점을 보면 스티브 잡스나 이데이 노부유키나 모두 미래의 산업 구조가 인터넷 중심의 네트워크 융합형 산업으로 발전 할 것이라 예측했다는 것인데, 소름 돋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 지점이 소니가 다시 하나라는 목표에 몰입해야 할 지점이 아닌가 한다. 소니의 모든 사업 구조를 볼 때 결국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모든 디바이스를 포괄 할 허브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 할지 모르지만, 본 필자는 소니와 애플의 차이를 가른 것은 바로 이 전략들의 실패가 원인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복귀 이후 추진하던 모든 프로젝트를 중단시키고 수익성과 사업성이 낮은 사업과 제품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정리했다. 이후 이렇게 얻어진 리소스를 핵심인 아이팟과 iTunes 개발에만 올인 했고 이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아이폰, 아이패드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서서히 모바일 시장의 승자가 되어갔다. 


이 이면에 디저털 허브라고 볼 수 있는 iTunes가 자리하고 있다.


반면, 소니는 오히려 애플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선대 회장들이 남겨놓은 유산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금융, 인터넷 사업등 자신들이 잘하지 못하는 분야를 공략하며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2000년대 초반에 이미 그들도 모바일 시장에 투자해야 한다는 걸 알고, 에릭슨과 합작사까지 설립했는데도 말이다.


금융 산업에 진출하려 했다면, IT 기술을 바탕으로 모바일 기기 등에서 가상 화폐 등을 활용하는 미래적 가치에 기술력을 집중했어야 했지만, 이것저것 시도만 했을 뿐 네트워크를 어떻게 연결시킬지 구체성이 결여되다 보니 큰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한편으론 이런 해석도 가능하다. 오가 회장이 벌인 대규모 투자건을 수습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투자해야 할 시기에 투자하지 못했고, 자금력 문제로 이데이 회장의 그림을 실천하지 못했다는 분석 말이다.


어느 정도 타탕성이 있는 변명인건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소니는 이런 경영적 상황이 외에도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마도 이런 좋은 전략과 아이디어가 있었어도 사업간 경쟁과 견제로 인해 실패 할 가능성이 있었다. 


오히려 그런 상황이었기에 더더욱 역량을 하나에 집중했어야 했는데, 경영적 여건 역량 결집을 방해하게 되고, 이는 소니 추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히라이 가즈오 사장이 꿈꾸는 하나의 소니를 위해 해결해야 할 우선적 과제는 바로 내부의 다양한 이해 관계 정립에서 출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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