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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소니는 미래를 위한 큰 변혁을 시작했는데, 소니의 미래를 바꿔줄 것이란 기대와 함께 정권을 잡았던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이 퇴임하고 신임 히라이 가즈오 사장이 전권을 잡게 됐다.


물론, 이면에는 외부의 실적 압박으로 더 이상 재임이 어렵다고 판단한 스트링거 회장이 히라이 가즈오 사장을 총알 바지로 전면에 내세웠다는 분석이 일부에서 제기 되는게 사실이다.


스트링거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빠지고 자신의 재임기간 최 측근으로 성장한 히라이 가즈오를 내세워 자신의 소니에 대한 영향력은 유지하면서 언론과 시장에서의 비판을 피하려 했다는 것인데, 일정 부분 설득력 있는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논란 속에 출범한 히라이 가즈오 사장은 현재 실적 상황으로만 본다면, 일단 인공 호흡기를부착 중이던 소니에게 의사 소견에 따라, 호흡기를 제거해도 된다는 처방전을 받은 상태로 호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4년간 수조원의 적자 상태였던 소니는 히라이 가즈오의 집권 이후 뼈를 깎는 구조 조정과 사업 재편 등을 통해서 스트링거 회장 시대보다 전반적으로 20%대 이상 개선 된 실적 속에 순익과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2013년 회계연도에 순익 전망치는 500억엔 이었는데, 이 보다 160억엔 가량이 많은 664억엔의 순이익을 이뤄냈고, 영업 이익도 2300억엔으로 업계 예상치인 2076억엔을 상회하는 실적을 보였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올해 8조엔대 매출을 기록해 기나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실적 호전이 소니의 불완전한 미래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들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시적 실적 회복으로 밝은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너무나 위험한 예측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히라이 가즈오 사장 취임 1년간 소니가 어떻게 변화해 가고 있고 어떤 위험 요인이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상황 분석에 앞서 히라이 가즈오 사장은 어떤 비전과 목표로 소니를 이끌고 있는지를 짚어보기 위해 2012년 히라이 가즈오 사장의 취임 인터뷰를 잠시 언급해보면 아래와 같다. 


“소니는 더 이상 여유가 없고 지금이 아니면 바뀔 수가 없다”, “삼성과 같은 스피드가 부족하고 도전 정신도 없다”, “소니는 그동안 결단이 늦었고 방향이 없었다. CEO로서 판단 스피드를 높이고 직속 경영 부문도 늘리겠다. 연구•개발(R&D) 조직을 강화하고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해 도전 정신을 살리겠다”


[한국일보 2012년 4월 12일자 - '구원투수'로 나선 히라이 가즈오 사장 "소니 도전정신 부족했다" 기사중..]


일본 언론들이 히라이 가즈오 사장에 대해 좋게 평가하는 요소가 바로 이 인터뷰에 실려있다. 소니 내부의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고 구체적인 답은 아니더라도 소니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답을 제시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그는 소니에 대한 목표와 바램도 드러냈는데 내용은 아래와 같다. 


“모바일 제품과 게임, 의료기기에 집중하며, TV부문의 심각한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효율이 떨어지는 라인업은 제거하겠다.”, "애플 아이폰이 모바일 시장의 방향이지만 삼성이 스마트폰으로 추격에 성공했던 것처럼 게임, 카메라, 엔터테인먼트에서 소니의 장점을 모바일 분야에 녹여내겠다", “그리고 하나의 소니를 모토로 목표를 가지고 직원과 소통하며 나아가겠다”


[MK뉴스 2012년 4월 12일자 - 히라이 가즈오 `위기의 소니` 구할까, 初心으로…TV 꼭 살린다]


종합해 보면, 소니의 장점을 가진 전자부문 (게임, 카메라, 엔터테인먼트)의 역량을 하나의 목표인 모바일 분야로 모든 경영적 목표를 맞추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그는 소니의 구세주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외부와의 경쟁 관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에선 그가 단순 패전처리 경영자가 될 가능성도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애플•삼성전자와 어떻게 싸울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사실 묘책이 없다", 그는 "소프트웨어도 하드웨어도 원점으로 돌아가,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상품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 화상 센서나 게임 등 타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전자 산업을 모르는 그가 "그저 원론적이고 일반적인 답변밖에 못 했다"고 혹평했다.


[조선비즈 2012년 3월 23일자 - 소니, 해체냐 구원이냐 이 남자 손에 달렸다]


원론적인 대답으로 신임 경영자에게 기대하는 일본의 눈높이로 봤을 때 공격 할 요소가 너무 많은 답변이었다. 취임 초기이고 완성 된 계획을 들어내기 힘든 상황이라 가정하더라도 강력한 리더를 원했던 일본 언론 입장에선 매우 실망스러운 답변이 아닐 수 없었다.


실제 이후 그가 취한 다양한 구조조정 조치와 사업 매각 조치를 보면, 의료부문에 대한 투자 이외에는 출혈 감소에만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나의 소니”란 비전으로 전자 부문을 중심으로 사업을 일관화 하겠다는 그의 목표의 실현은 어떤 변화나 뉴스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취임 1년간 비대한 조직에 메스를 가해 지방덩어리를 제거하고 있다는 점에선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보내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긍정적 평가일 뿐이다.


취임후 그가 만들어낸 실적을 들여다 보면 상당 부분이 구조 조정과 엔저로 인한 반사 이익이다.  신 사업이나 신규 상품 개발을 통한 매출 확대가 없는 점은 히라이 가즈오 사장이 구원자라는 확신을 갖기엔 뭔가 부족함이 많은게 사실이다. 


보통 조직의 미래를 위해서 구조조정을 했다면, 피를 짜내는 고통으로 얻어진 리소스를 어떤 분야에 어떻게 투자하고 해당 분야를 어떻게 성장시켜야 한다는 밑그림을 제시해야 조직원과 외부로부터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 


그가 주창한 “하나의 소니”라는 목표도 결국 이런 큰 목표 아래 구체적인 실행 계획들에 조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실현되는 것인데, 아직 그런 구체성이 불명확하다 보니 외부의 평가도 비판과 긍정으로 양분되고 있는 분위기다.


하나의 소니란 바탕에 모바일로 소니의 모든 역량을 어떻게 통합해 나가야 할지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전략적 목표는 선대 회장들이 장기적인 비전에 따라 추구해 왔던 것을 일정 부분 계승해야 한다.


그래야 소니가 중심을 잃지 않고 다시 전진 할 수 있는 길이며, 과거에 특별했던 소니를 다시 부활 시킬 수 있는 길이다. 단순한 제조 능력향상이나 후발 주자의 전략 같은 것을 답습하는 것은 소니의 진정한 본 모습이 아니란 이야기다. 


퍼스트 무버로 동작하던 당시의 소니의 모습이 바로 소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통합과 구조조정의 목표도 바로 이런 과거의 모습을 뒤돌아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취임 1년의 명과 암은 바로 매출 확대와 적자 감소가 명에 해당한다면 명확한 비전 부재와 혁신적 신 성장동력 창출의 미비점이 암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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