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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창업 당시 공동창업자이던 스티브 워즈니악은 스티브 잡스의 설득에도 쉽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수 없었다고 한다. 그가 다니던 회사는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할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들을 우대하고, 실리콘 밸리 내에서도 손꼽히는 복지로 유명한 회사였기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다, 성공 보장도 없는 창고로 들어가 일을 한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은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그는 결국 스티브잡스를 선택했고, 모든 조건을 버려야만 했다. 


이런 워즈니악 조차 망설였던 대단한 회사가 HP 였다. 


흔히들 성공한 IT 기업들이 그렇듯 HP도 1939년 실리콘밸리의 한 창고에서 시작해 창고 신화를이룩한 기업 중 하나이다. 오랜 기간 창업자로부터 시작 된 건전하고 기술중심적인 기업 문화는 이 기업이 관료화에 쩔어들 틈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이베이 신화로 유명한 현 HP CEO인 “맥 휘트먼” 조차, “환상적인 기술자 문화”를 꽃피운 회사라고 칭찬했겠는가?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렇게 훌륭한 문화가 꽃피고 있는 HP도 모바일 빅뱅 앞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흔히들 모바일 빅뱅은 플랫폼 빅뱅으로 비유하곤 하는데, HP는 자체 플랫폼은 없었지만, 그들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Window 기반이 PC 시장의 침체가 위기의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은 부정 할 수 없다. 





이런 위기 요인은 가장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주식 시장에서 먼저 포착되는데 HP는 1년만에 53달러이던 주가는 21달러대로 추락했다. 기업가치가 1년 만에 무려 40%나 날아간 것이다. 세계 100대 브랜드 기업 순위에서도 1년만에 8계단이나 미끄러지며 26위 밀려났다. 


이는 중국의 인터넷 업체 바이두 보다도 못한 순위다. 


PC 시장의 위기감은 이미 수년전부터 예견되 왔다. 최대 경쟁사였던 IBM이 실적 부진과 출혈 경쟁에 의한 적자 상황 타개책으로, 중국 레노보에 PC 부문을 통째로 넘긴 것 역시, 이런 위기감의 표출이었다.


하지만, HP는 훌륭한 IT 기업의 조건을 가졌지만, IBM과는 다른 경쟁을 시작했다. IBM은 PC 시장의 출혈 경쟁과 중국계 기업들의 저가 경쟁에서 더 이상 이익률을 높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가장 덩치가 큰 사업 부문을 매각했지만, 오히려 지금은 더욱 탄탄한 기업으로 자리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업 부문 다각화와 함께, 자신들의 기업 고객을 기반으로 한 기술 역량을 PC 이외의 부문으로 확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에서는 흔히들 IBM을 단순한 PC 제조사쯤으로 생각했지만, 이들은 MS나 구글보다도 뛰어난 소프트웨어 역량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 비즈니스에서 컨설팅 사업까지 하고 있다. 


예를들어 메인프레임급 UNIX 서버를 바탕으로 다양한 금융과 전산 시스템에 녹아들어가 있다. 수년째 가장 안정적인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이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판매와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사업을 소비재 중심에서 엔터프라이즈 부분으로 조금씩 비중을 넓혀오고 있었다. 


또, 수년간 다양한 R&D 투자를 통해서 미국 특허 출원에서 삼성보다 많은 출원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 개발에도 큰 비중을 투자해 왔다. 자신들의 주요 분야가 아닌 인터넷 부분의 페이스북에 특허를 판매했던 것도 이런 기술 중심 기업 문화의 한 단면이다. 


이들은 반도체 설계, OS 개발과 같은 소프트웨어 개발, DB 개발을 비롯 SI 같은 기업 통합 시스템 개발 영역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에서 하드웨어와 온,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기술 능력을 키워왔다. 


IBM을 정의하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와 기술 컨설팅을 원스톱으로 지원 할 수 있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기업중 하나가 된 것이다. 


오랜기간 이런 노하우와 역량이 있었고, 이런 역량을 기울이기 위해서 다양한 M&A등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축적해 온 것이 지금의 성공에 이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됬다. 


HP도 첫 절에 언급했듯 기술 주심의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힌 바용을 R&D에 투자해왔지만, IBM과 달랐던 것은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투자와 경영자의 미래 비전이었다고 볼 수 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HP는 DELL과 비슷한 성장 과정과 사업 영역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드웨어 비중이 지나칠 정도로 심화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분석가들 일부가 같은 PC 부문에 있었다는 이유로 IBM과 HP를 종종 비교하지만, 실제론 IBM과비교 될 수 있었던 시점은 그리 길지 않았다. HP가 PC 부문에서 1인자가 된 시점에 이미 IBM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다각화 된 상태였고, PC 주문과 서버 분야 같은 일부 분야를 제외하곤 HP와 철저하게 다른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HP가 잘나갈 때 그들이 하드웨어에 비중을 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들이 흔들리고 있던 시점에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된 것은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에 비해서 이익율이 낮을 뿐 아니라, 경제 상황과 밀접해 경기를 자주 탄다는 점이다. 


경기를 타게 되면, 제고가 쌓이고 관리 비용이 증가한다. 설사 경기가 좋다고해도 공장, 인건비, 물류 비등의 고정비가 있어 마진률 향상에 한계가 있다. 그런점에서 애플이 40%대에 가까운 높은 이익률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제조업 비즈니스에서 경이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에는 다소 타격을 입겠지만, PC 부문이 사라짐으로 인해 IBM은 이 여력을 다른 비즈니스에 더 집중 투자 할 수 있게되 장기적으로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 프로젝트가 주목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IBM이 이렇게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고 있을 때, HP도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있었다는 점이다. 


HP는 중요한 이 선택의 시점에 소프트웨어나 다른 사업 강화가 아닌 하드웨어 강화에 올인하고 이후 역사상 가장 최악의 암흑기를 이끌어낸 3 색 CEO 시대를 개막하며, 본격적인 추락의 길에 들어서게 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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