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WSJ은 노키아의 당시 수석 디자이너였던 프랭크 누오보의 표현을 빌어 이런 지적을 하고 있다.

 

“우리가 지배 할 수 있었던 시장을 잃었다”, “노키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왜? 이런 표현을 했던 것일까? 이런 안타까움은 노키아가 10년간 투자해온 R&D 비용과 내용을들여다 보면 쉽게 납득 할 수 있는 이야기다.

 

플랭크 누오보의 지적은 이런 것이다.

 

노키아는 많은 돈을 R&D에 투자 했고, 많은 신기술과 특허를 만들어 냈다. 그들의 특허 가치만 6조원이 넘는다. 그들이 수년간 시장을 지배하며 벌어들인 돈을 허투로 쓴 것이 아닌데, 문제는 이렇게 투자해 만든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을 한탄한 것이라 보면 된다.

 

 

 

 

많은 사람들은 소니가 80년대를 지배한 이후 90년대 후반부터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위기 사례가 있는데도 다가오는 위기를 가만히 보고 있을 경영자나 기업은 없을 것이다.

 

 

많은 R&D 투자 비용에도 한계 들어낸 노키아

 

노키아의 R&D 투자와 돈 안 되는 신기술과 프로젝트 투자는 첫째 시장의 트랜드를 자신들 중심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와 둘째 미래의 먹거리 발굴을 통해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뻔하지만 정석적 경영 논리에서 출발한다.

 

삼성 역시도 이런 위기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매년 어마어마한 돈을 다양한 분야의 R&D 비용으로 투자했다.

 

2011년 기준으로 자사 매출액의 6%에 해당하는 10조 가량의 돈을 R&D에 투자했는데, 노키아는 2009년 기준 자사 매출액의 14% 가량의 R&D 비용인 9조 가량의 돈을 투자했다.

 

비용상으로만 본다면 삼성보다 못하지만 노키아는 순수하게 모바일 분야에 집중 투자한 것으로 고려하면 삼성의 투자 규모보다도 수조원 많은 투자를 단행한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추앙하는 애플과 비교해도 최소 3~4배 가량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다.

 

이런 원동력은 애플이 주도한 무선 인터넷 기반의 모바일 생태계, 데이터 중심의 모바일 산업, 개발자가 직접 시장에서 자신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앱스토어, 터치 스크린과 모바일 OS로 동작하는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등 이미 노키아가 만들었거나 실제 사내 프로젝트로 제안 됬던 내용들이다.

 

 

 

애플이 사업화하기 이미 수년전에 이런 제안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 기술들이 상용화되지 못한 것은 NYT의 “Nokia’s Bureaucracy Stifled Innovation, Ex-Managers Say”기사에 잘 설명되어 있다.

 

 

노키아를 망친 망국병 관료화

 

노키아는 당시 각 사업팀간의 치열한 경쟁과 차별, 리더들의 자존심 싸움, 조직이 비대해 지면서 생긴 임원들의 성공에 대한 안주, 여기에 파벌 싸움과 정치적 술수들이 남무했다.

 

애플이 2007년 가장 이상적인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출시했는데, 노키아는 이들에 앞서 몇 년전에 이미 스마트폰을 개발했을뿐 아니라 상용화 시켜 시장에 출시하려고 했다. 터치폰 기술과 심비안이란 자체 모바일 OS를 오랜기간 개발해온 원동력 이었지만, 노키아 경영진이 이런 독보적인 기술에 대해 안일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 기술이 미래 시장을 변화 시킬 수 있다는 그림보다 당장 이 프로토 타입 출시로 경제성을 맞출 있을지부터 생각한 것이다. 당시 노키아가 피처폰 중심의 저가 시장과 신흥 시장 공략으로 높은 점유율을 구가할때라 이런 상황 인식이 설득력이 아주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이 차세대 스마트폰을 기획 개발한 노키아의 리서치 센터의 인력들은 노키아가 새로운 모바일 시장과 스마트폰 시장을 형성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는데 기술진과 경영진간의 상품 출시에 대한 괴리가 컸던 것이다.

 

너무 고가였고, 터치 스크린 기반의 제품 그것도 OS가 올라간 제품이 과연 시장에 필요할까란 인식이 있었다. 여기에는 터치 스크린 공급과 새로운 라인 증설 및 OS 안정성등에 대한 경영적 판단도 자리했겠지만, 과감한 투자와 혁신보다는 이익을 쫒은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당시 CEO였던 올리-페카 칼라스부오가 재무통이고 재무통 권력이 주무르는 노키아가 왜? 지탄의 대상이 되는지 알 수 있는 설정이 아니겠는가?

 

 

 

 

경영 합리화 기구 "경영 위원회"의 문제점

 

이런 올리-페카 칼라스부오의 의사 결정은 노키아를 지탱하던 경영위원회를 밑바탕에 두고 있었다.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재무, 경영, 디자인, 분석가 출신으로 구성 된 구성한 이 위원회의 경영 평가와 사업 평가를 통해서 제품출시를 결정하는데, 이런 시스템을 NYT는 “소비에트스타일” 로 규정하고 있다.

 

독재 정권의 권력에 의해 의사 결정이 되는 북한 스타일과 비슷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관료주의를 단순한 사내 정치의 파편으로 보지만, 이런 시스템적인 부분도 관료주의의 일부로 봐야하고 노키아의 관료주의는 시스템 경영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영위원회는 디자인은 물론, 상품 출시에 대한 평가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제공하는데,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 수 없는 혁신적 프로젝트에 시도해보라고 결정해줄 위원들이 있었겠는가?

 

결국, 이 위원회 차원에서 스마트폰 프로젝트는 폐기가 결정 됬는데, 이 경영 위원회 문제가 심각했던 것은 혁신마저 가로막아 회사의 성장을 방해했다는 점이다.

 

실패할지 모르는 상품을 판다고 하는 것은 큰 경영적 부담이 따르기에 한편으론 이해가 가는 문제이기도 했지만, 사용자와 엔지니어에 의해 제안된 기존 제품 개선 작업을 방해한 사례는 이 시스템이 얼마나 위험했는지를 판단하게 하는 좋은 사례였다.

 

 

돈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선까지 막는 막후 권력

 

NYT는 2001년부터 2009년 까지 UI 디자인로 재임한 한 매니저의 말을 통해 경영위원회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이 매니저가 재임 할 당시 노키아에는 심비안 성능 개선에 대한 500개 제안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영 효율성의 잣대로만 이 문제를 생각한 경영위원회는 500개의 제안중 단 한건도 개선명력을 승인해 주지 않았다고 한다.

 

소프트웨어는 지속적인 사용자 피드백과 내부 검증으로 개선해서 시장에 선을 보여야 유저층이 생기고 이를 바탕으로 생태계가 구축되는 것임에도 노키아 경영위원회는 아예 이런 생태계 개념조차 생각하지 않고 당장 돈 안되는 사업에 인력과 비용을 들이지 않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다.

 

또, 이 시스템의 큰 맹점은 퀄컴CEO인 폴 제이콥스에 의해 소개 된 내용을 빌리자면, "긴 기술을 노키아에 보여 준 뒤 사업을 같이하자고 제안을 해도 이 기술과 사업을 분석하는데 6~9개월을 쏟아 붙는 느린 의사 결정은 이들에게서 기회를 빼았았다”고 이야기하고 하고 있다.

 

기술 제안 -> 내부 분석 -> 경영판단 -> 최종 결정에 이르는 긴 프로세스는 물론, 분석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 함으로 인해 기회를 스스로 잃게 된다는 이야기다.

 

노키아가 상용화가 가능한 스마트폰을 애플보다 3년 먼저 만들어 놓고도 출시를 여러 경영적 이유로 늦춘 결과를 생각해 보면, 경영 효율화의 관점을 어떻게 기업 경영에 대입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그런 관점에서 노키아는 이 시스템을 경영자가 경영상 어려운 선택을 쉽게 선택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돈 안되는 사업은 쉽게 정리하고 돈 되는 사업 위주로 회사를 경영하게 되고 회사는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