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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격변기 스마트폰은 배터리 성능과 저전력, 고성능이란 테마에 어울리는 하드웨어를 필요로 하게 된다. OS가 탑재 된 터치스크린 휴대폰에서 수도 없는 어플리케이션의 실행과 반복, 여기에 다양한 무선 네트워크 환경이 결합되면서 배터리 사용은 모바일 환경에 큰 복병이 된다. 






이 문제 때문에 저전력 이면서 고성능에 배터리 소모는 최소화 된 모바일 환경이 요구되기 시작했고, 이런 흐름에 편승해 ARM 기반 모바일 마이크로프로세스들이 주목을 받게 됬다.


반면, PC 시장에서 득세한 X86 프로세스는 고성능, 고전력을 추구했다. 이 트렌드가 2000년대 초반부터 바뀌기는 했지만, 발전 속도는 매우 더뎠다. 우선 저전력 기반으로 스마트 디바이스 환경에 최적화 되어 발전된 ARM과는 기술적인 방향성 차이가 있었고, 인텔의 경우 주력 시장이 PC 시장이라 저전력, 고성능이란 테마에 R&D 비용을 투자 할 필요성이 적어 발전 속도가 늦을 수 밖에 없었다.


인텔 임원은 여기에 한가지 실수를 더하게 되는데, 바로 윈도우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었다. 



첫 실수, MS 윈도우에 대한 맹목적 믿음


IT 환경이 변하더라도 윈도우가 그 시장에 영향력을 유지 할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고 윈도우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경험이 모바일에서는 구현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를 위해 기업과 사용자는 윈도우 어플리케이션과 100% 호환되는 X86을 프로세스를 모바일 환경에서도 요구 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무거운 윈도우와 호환되는 어플리케이션을 요구하기 보다 스마트폰 환경에서 가볍고 신속하게 다양한 무선 네트워크에 연동되 사용되는 새로운 어플리케이션 환경을 요구한다는 점을 너무 늦게 인식했다.


인텔은 모바일 환경도 PC의 연장 선상으로 판단하는 실책을 범한 것이다.


단순하게 하드웨어의 크기만 변한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대한 요구사항 모두가 새롭게 재편 됬다는 점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고전력에 덩치 큰 배터리를 요구하는 인텔 CPU는 당연히 시장에서 인기를 얻을 수 없었다.


그들의 모빌리티 제품으로 내세운 아톰 프로세스를 보면, 그들이 당시 모바일 시장을 얼마나 안일하게 인식하고 있었는지알 수 있는데, 이 프로세스는 저전력과 배터리 소모는 어느정도 해결했지만, 심각한 성능 제약으로 인터넷 서핑 중심의 넷북 환경에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 할 수 있었다.


성공적인 시장 리더였던 인텔의 지금 위기는 어쩌면 자아도취로 인한 오판이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자가당착에 빠진 오텔리니


그렇다면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남는데, 인텔 출신으로 기술적 식견이 높았던 오텔리니가 과연 이런 문제점을 몰랐을까? 


다양한 해외 언론 분석을 보면 이미 오텔리니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x86 프로세스도 ARM 제품들 같은 수준의 저전력, 고성능으로 제품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발언한 내용들을 보면 기술적 흐름과 패러다임의 방향성 자체를 인지 못했다기 보다는 x86에 대한 믿음과 윈도우의 영향력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오판을 저질렀다고 분석 하는게 옳을 것 같다.


실제로 최근 나온 인텔의 CPU들을 보면 x86과 윈도우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효율성은 많이 끌어 올렸다. ARM 기반 프로세스들에 완벽히 대응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PC, 모바일의 차별화 된 칩셋을 제공하며 태블릿, PC 분야에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건 사실이다. 


여기에 최근 외신들이 보도하는 내용에 따르면 X86 제품들에 대한 개선과 함께 자체적인 ARM 기반 노트북용 마이크로프로세스 개발을 타진하고 있다는 루머가 있다. 애플의 차세대 CPU 파운드리 사업을 인텔이 진행 할 수도 있다는 루머도 있는 것을 보면, 자체 제작 유통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사업등 다양한 형태의 모바일 시장 진출도 염두해 두고 있는 것 같다. 


분명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모바일 시장 대응을 위해 놀고 있는 것만은 아니란 이야기다. 



앞서 나갈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인텔?


ARM은 제품을 직접 설계/제작/생산해 판매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설계후 라이센싱만해 판매하는 방식이라 가격이 저렴하다. 또, 오랜 기간 이쪽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와 저전력 설계로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출시 된 그 어떤 제품들에 비해서 모바일 환경에 가장 최적화 된 제품이라고 볼 수 있고 이점이 ARM이 모바일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한가지를 더 보태면, 시장의 경쟁을 촉발해 ARM이 설계한 마이크로프로세스를 라이센싱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마이크로프로세스 제작 기술은 있지만, 개발의 어려움과 다양한 특허 문제 등으로 시도를 못하는 기업은 대충 꼽아봐도 10여개 가까이 된다. 


PC 체제에서는 MS와 인텔이 스스로 친 장벽 때문에 AMD 이외에는 경쟁자가 없었다. 설계 능력을 가진 업체도 많지 않을뿐더러 100%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중인 인텔과 AMD가 장악한 시장에서 수조원의 돈을 들여 출혈 경쟁을 감수 할 기업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 시장에서는 일단 새로운 신규 수요가 많고 초창기라 마이크로프로세스 제작만 할 수 있다면, 어떤 기업이든 신규 수요를 창출 할 수 있다. 



새로운 방식으로 시장 기회를 창출한 ARM


ARM은 이런 시장 분위기를 위해서 제품을 설계만 한 뒤 제작사에 라이센싱 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데, 설계 능력 등에 문제가 있던 기업들이 ARM에서 마이크로프로세스 설계도를 사들여, 반도체 위탁 생산 전문 기업인 삼성이나 TSMC 같은 파운드리 기업에 의뢰해 제품을 생산하게 되면서 시장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냈고, ARM은 손쉽게 제품 생산에 대한 부담 없이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ARM이 설계한 마이크로프로세스 모델을 라이센싱해, 자체 제작 할 수 있게 되면서 경쟁의 구도도 PC 시장의 양강 체제가 아닌 다강체제가 됬다. 삼성 같은 기업은 자체 브랜드까지 론칭하며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게 됬고, 이런 상황은 인텔이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쉽게 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됬다. 


이제 윈도우 호환 칩이 아닌 ARM 호환 OS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고, 이는 시장에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결과를 도출했다. 


인텔도 수년 전 ARM이 만든 시장 질서를 먼저 선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x86 독점과 윈도우 어플리케이션 호환성이란 믿음에 매달려 새로운 기회를 잃게됬다. 


인텔은 모든 제품을 자신들이 다 생산하고 유통하기에 물류, 유통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시장 특성상 경기를 많이 타기 때문에 고스란히 리스크를 앉고 있는 구조다. 삼성은 자체적으로 스마트폰에도 자사 제품을 끼워 팔고, 외부에도 판매하는 전략으로 이런 리스크를 일부 해소하고 있지만, 인텔은 오로지 CPU 제고 부담과 판매 부담을 혼자 짊어져야 한다는 부담 지고 있는 것이다. 


PC 시장 성숙기엔 MS와의 공고한 협력 관계가 이런 부담을 최소화 시킬 수 있었지만, 현재는 PC 시장 위축으로 인한 실적 하락을 방어하면서 새로운 모바일 시장 수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는 점에서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됬다. 


IT 기업들에 대한 다양한 자료 조사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위기설이 나도는 기업들은 묘한 공통점이 있다. 항상 가장 좋은 시절에 위기가 출발이 되고, 작은 하나 하나의 선택적 실수들이 모여서 궁극에 기업의 존망이 걸린 위기로 번진다는 공통점이다. 


전체적인 실적 상황이나 시장 대응 상황을 보면 오텔리니 CEO는 LG, 소니, 노키아에 비해서 매우 잘해왔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XScale의 마벨 인수건 같은 작은 실수 하나가 인텔의 미래 존망을 논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보수적인 경영 관점이 필요하다 보여진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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