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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석기 www.i-biznet.com 콘텐츠 디렉터
http://goodmorning.pe.kr/v1/Design/designer/06/01.html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요건은 무엇인가? 혼자서 이런 질문과 대답을 수백 번도 더 했던 것 같다. 단순히 멋진 비주얼을 제작해 내는 사람이 디자이너인가? 디자이너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시각 역시 각각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디자이너를 무슨 회사 다니는 예술가 쯤으로 여기고 있으며 여기에 편승하는 디자이너들도 많이 보아 왔다. 그러나 작업물을 만드는 것은 디자이너의 역할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많은 사람들이 사회로 자신의 일을 찾아 나서는 출발선 상에 서게 된다. 때로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적잖은 수입을 받으며 나름대로의 디자인 경험을 쌓았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서부터의 일은 분명히 차이가 난다. 학창 시절에 했던 프리랜서 생활은 여러 가지 면에서 한계가 있다. 우선 하는 일의 규모 자체가 그다지 크지 않은 일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크지 않다는 의미는 일의 규모와 범위가 혼자서 하거나 팀을 구성하여 한다 하더라도 2.3 명을 이끌고 할 만한 분량이라는 것이다.

즉, 일의 규모가 제한됨으로써 경험할 수 있는 폭과 가치도 한정되어 있다. 이런 일들을 반복하다 보면 순발력이 빨라진다. 그리고 얼마나 부지런히 하느냐에 따라서 수입도 늘어난다. 하지만 그 뿐이다.

조직 속의 디자이너
회사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아르바이트 할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수많은 회의와 지속되는 밤샘 작업, 적은 월급. 그러나 조직 속에서의 일은 전체적인 프로젝트 안에서 돌아가는 일이라는 점이 다르다.

물론 그 전에 프리랜서로 하던 일도 해당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진행된 일에 대해 마무리를 하는 정도이다. 따라서 프리랜서와 달리 회사의 일원으로서 일을 한다는 것은 모든 일들이 전체적인 프로젝트와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을 의미한다.

프리랜서 작업은 이미 나와 있는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게 되므로 창조적인 작업이 될만한 여지가 별로 없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의 디자이너는 단순히 아트 워커(Art Worker)로서가 아니라 비즈니스 프로젝터(Business Projector)로서 전체 프로젝트 내에서 디자인 작업을 이해해야 하며 기획과 전략, 마케팅 정책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디자이너 역시 기획단계부터 투입된다. 따라서 디자이너가 작업의 일정이라든지 크리에이티브까지 직접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창의적인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기획 단계에서 디자인의 컨셉트가 아닌 사업 전체의 컨셉트에 맞는 디자인을 제안하게 되고 비즈니스로서 디자인을 이해하면서 작업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얻어지는 프로젝트의 기초 작업에 대한 수행 경험은 개인적인 프리랜서로서 작업하는 경험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에 이르게 된다. 아무리 정해진 일을 마무리하는 프리랜서와는 분명히 다른 수준의 일을 하게 된다.



최고의 디자이너로부터 배운다.
디자이너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누구나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다. 최고의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최고 수준으로 올려 놓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웹 디자인이든, 제품 디자인이든, 그래픽 디자인이든 간에 그 분야에서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기능적인 디자인에 치중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존경하는 디자이너들을 살펴보자. 디자인의 기능적인 면에서는 누가 최고라고 말하는 것에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그 이후의 순위는 무의미해진다. 예를 들어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두 자동차 가운데 어느 디자인이 절대적으로 더 좋은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네빌 브로디와 데이비드 칼슨 가운데 누가 더 실력 있는 디자이너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그들은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가지고 최고의 수준에 올랐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구현해 내는 기술만으로는 최고의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 디자인은 혼자 산 속에 들어가서 몇 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연구한다고 해서 미술가처럼 명작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 아니다.



성공한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자체를 설명하지 않는다.
성공한 디자이너들을 살펴보면 디자인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하여 일가를 이루어 낸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디자인을 클라이언트에게 설명할 때 이 디자인이 왜 훌륭한지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이 디자인을 사용함으로써 클라이언트의 제품이 얼마나 많이 팔리고 비용이 얼마나 절감시킬 수 있을지, 어떤 효과를 거둘 것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여느 디자이너들이 하듯 왜 이 색을 사용했는지, 왜 이런 구도의 레이아웃을 했는지, 이 디자인의 스타일은 현대적이라든지와 같이 이 디자인 자체에 대해 해설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
그러면 사회가 원하는 디자이너, 디자이너 스스로 갖추어야 할 요건은 무엇일까?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직업인들에게는 시간이 흐르고 사회적인 상황이 달라지면서 이에 따라 다른 역할들이 요구되고 있다.

이는 신입 디자이너일 때 하는 일과 3~4년차 된 디자이너 그리고 디자인 팀장이 되었을 때 맡는 일의 종류와 역할이 달라짐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위치에서든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디자이너로서의 요건의 4가지 있다.


1) 비주얼라이제이션 능력 (Visualization Aility)
이는 디자이너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받는 능력이며 좁은 의미에서의 디자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엇인가 머릿 속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종이나 화면에 구현해 냄으로써 디자인 제안으로서의 자격을 얻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디자이너들이 효과적인 비주얼라이제이션을 제대로 구현해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실정인 까닭에 마치 비주얼라이제이션을 구현하는 것 자체가 마치 훌륭한 디자이너가 된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단순한 비주얼만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는 이제 사람들의 수준이 너무 높아져 있다. 클라이언트도 예외는 아니다. 시나 소설을 쓰기 위해 기본적으로 한글을 알고 있듯이 디자이너에게 비주얼라이제이션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2) 프리젠테이션 능력 (Presentation Ability)
프레젠테이션은 좁은 의미로는 클라이언트에게 디자인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언급하는 프리젠테이션 능력은 결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의미한다. 클라이언트란 타 회사의 디자인 구매 의사 결정자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디자이너는 자신의 위치에 따라 수많은 클라이언트를 매일 접하게 된다. 때로는 자신의 동료 디자이너나 후배 디자이너일 수도 있고 자신의 팀장 디자이너일 수도 있다.

디자인 작업은 수많은 비공식 프리젠테이션 속에서 이루어진다. 디자인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도 프로그래머, 기획자, 모형을 만드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디자인을 설명하여 설득하고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는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디자인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제는 디자인이 디자이너 혼자서 모든 과정을 끝낼 수 있을 만큼의 규모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프로젝트 안에서 이루어지는 디자인은 여러 사람들의 협업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런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바로 팀워크이다. 디자인 작업의 절반은 말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건축 디자인이든, 웹 디자인이든 간에 디자인 분야에서 일류 디자이너는 역시 훌륭한 프리젠테이셔너이기도 하다. 따라서 비주얼의 수준을 높이는 데 들어가는 노력 이상으로 커뮤니케이션과 프리젠테이션의 능력을 키우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3) 플래닝 능력 (planning Ability)
기획과 플래닝은 기획자나 플래너가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물음을 가진 사람은 오퍼레이터 수준의 디자이너 역할밖에 수행할 수 없다. 플래너가 하는 플래닝은 전체 프로젝트와 그 진행 일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실무로 들어가서 디자인에 관한 제작 일정이나 기획은 디자이너 스스로가 작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플래너는 말 그대로 플래너일 뿐 그들이 디자인에 대해 세세한 실무 계획을 짠다는 것은 무리일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더군다나 실무 경력이 몇 년 붙게 되면 후배 디자이너들을 여러 명 데리고 그들에게 일을 나누어 주고 일정을 관리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 플래닝은 일정만 잡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조직화(Organization)작업이다. 작은 일이야 상관 없지만 전체 프로젝트의 규모가 클수록 이 같은 능력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4) 도큐멘테이션 능력 (Documentation Ability)
도큐멘테이션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경시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도큐멘테이션이 안 되는 디자이너는 결코 일류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도큐멘테이션의 범위는 디자인 계획과 진행 사항에 대한 리포트, 각종 아이디어, 회의록 등 작업에 사용된 문서와 시안을 포함하여 디자인 가이드나 스타일 가이드를 프로젝트의 결과물과 함께 제출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젝트 결과물과 함께 관련 도큐멘트를 클라이언트에게 제출하면 클라이언트의 신용을 얻을 수 있다. 클라이언트는 제시된 결과물만으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이 의뢰한 디자인이 나왔는지 알 수 없으므로 디자이너를 의심하는 일이 생긴다.

그리고 다른 클라이언트에게 자신이 했던 디자인 결과물과 과정을 담은 도큐멘트를 한꺼번에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일을 수주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는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도큐멘트가 있으면 해당 디자이너가 작업에 빠지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다른 디자이너에게 대체해 작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처음 기초 작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훌륭한 비즈니스맨으로서의 디자이너
위의 제시한 4가지는 훌륭한 디자이너로서가 아니라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일반적인 요건들이다.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려면 이런 기본적인 바탕 위에 그 무엇인가를 더 갖추어야 한다.

여기서 그 무엇이란 바로 훌륭한 비즈니스맨으로서의 디자이너를 말하나. 좋은 회사나 뛰어난 프리랜서는 자신의 디자인을 파는 상인이 아니다. 클라이언트를 이해하고 그들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디자인 전략과 결과물을 제공할 때 훌륭한 디자이너, 좋은 디자인 회사로 인정 받을 수 있다.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수준 높고 예쁜 디자인이 아니라 그들을 쉽게 알리고 그들의 제품을 더 많이 팔 수 있으며, 비용을 좀더 낮출 수 있는 디자인이다.

위에서 설명했지만 클라이언트에게 왜 이 디자인이 우수한가를 말하는 것보다는 그들이 원하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설득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길이다. 우리의 디자인을 선택함으로써 다른 경쟁사의 디자인을 선택했을 때보다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비용은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지 또는 투자비는 얼마나 빨리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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