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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의 실패는 자기 오만은 아니었을까?
조선일보의 위클리비즈의 홍원상 기자가 남용부회장의 경영 멘토링 관련 기사를 쓴적이 있다. 거기에 남용 부회장의 경영 철학을 잠시 엿볼 수 있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경영 안정을 위한 확실한 성과를 바탕으로 팀을 장악하라
2. 주변에 자신을 보완 할 각 분야의 달인을 영입하라
3. 처음부터 외부 인재 컨설팅에 의존하지 말아라
4. 실적 중심으로 수백가지 프로젝트별로 성과를 측정하라

경영상 매우 중요한 자기만의 철학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들은 매우 다르고 그것이 기업문화와 역할에 의미가 있는 철학인지는 경영자로서 늘 고민하고 재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론 이런 검토가 부족헀던게 아닐까 싶다. 

남용 부회장을 보면 1~4번까지 철학을 LG 전자에서 실현을 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2008~2009년 사이에 최고의 실적을 올리면서 안정적인 경영을 실현하기도 했지만, 문제는 기업 환경에서 빠른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피처폰 중심에서 터치방식의 스마트폰으로 다시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그리고 사용자 중심의 생태계에 밑바탕을 둔 하드웨어 비즈니스로 지난 몇년간 IT 기업 환경은 너무도 크게 변화했지만, 그것을 LG 전자에 제대로 이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것이 단순하게 기술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삼성도 기술력이 부족했지만 빠르게 그 부족분을 매워 현재 애플과 대항 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 된 것은 결국 그런 능동적인 경영환경을 만들었느냐 아니냐에 달렸다는 생각이다. 


LG 전자와 남용 시대의 문제점
그런점에서 남용 시대는 다소 경직되고 실적 중심 문화에 의존했고 이것이 어느정도 좋은 성과를 내다보니 냉정하게 LG 전자의 현실을 직시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 경영인을 영입했지만, 국내 공채 출신 임원들과 엇박자를 냈고, 국내 인력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 서로간의 단절을 야기했다. 이것은 시기와 질투를 만들고 해외 임원들과 국내 임원간의 주도권 경쟁으로 변질되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컨설팅에 의존하지 말라고 했지만, 남용 전 LG 부회장 자신은 맥킨지의 경영 컨설팅 신봉자였다는 점과 너무 한 기업의 컨설팅에 의존하며 컨설팅의 단점을 간과한 문제도 발생시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실적 평가에 있어서 국내 기업들의 고전적인 평가방식에 의존하게 된 것도 큰 문제점일 수 있다. 

LG 전자에는 신호등 관리라는 실정 평가 제도가 있다고 한다. 13개 사업 본부와 1000여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표적인 대기업에서 자신들만의 특색있는 실적 평가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일테지만, 그들의 실적 평가는 거시적인 목표보다 단기적 목표와 실적을 중요시했던 것 같다. 

신호등 성과 관리 체계란 이런 것이다. 1000개 이상의 프로젝트 하나하나를 놓고 매달 목표치를 달성 했는지에 따라 평가를 진행하고 평가 보고서에는 빨강, 파랑, 노랑 신호등을 표시하는 것이다. 

빨강이 두 번 켜지면 경고이고, 세 번 연속이면 본사 경영 진단팀이 나와 분석을 진행하는 형식이다. 이것을 남용 전 LG 부회장은 실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굳이 관리자가 나서서 야단 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성과가 잘 안 나온다고 질책하기보다 목표를 낮춰주거나 팀원을 바꿔주는 형식으로 경영을 이끌었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실적을 맞추지 못한 직원의 근무 고과는 어떻게 평가 받았을까란 생각을 해보면 오히려 이런 실적으로 직원의 능력을 단순하게 평가하는 형태는 단기적인 관점에선 성과를 만들어도 장기적 성과 창출은 불가능한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게했다. 


LG의 추락은 기업 구조적인 모순에서 출발
비슷한 속성과 경쟁 카테고리에 있는 삼성은 잘하는데 LG는 추락했다라고 본다면 그 원인을 찾는 것은 여러 방향과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론 한국식 기업들의 경영 구조가 그리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알고 있듯 IT 업종의 패러다임 변화는 너무 빠르고 기술 변화와 발전에서도 너무나 대응하기 힘든 분야이다. 이런 기업에선 단기적 목표와 장기적 목표를 모두 실현하면서도 수만명의 직원을 가진 대기업인 만큼 벤처나 스타트업과는 다른 조직 관리와 체계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조직의 견고함만 강조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구글도 이제 대기업 수준으로 인력이 늘어났고 전세계의 수만명의 인력을 보유한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전문가도 구글이 경직된 기업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는데, 그것은 그 기업이 그런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직의 유연성을 어떻게 가져가고 내부 직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실패를 용인하고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게하는 기업 문화가 그 밑받침에 있다. 

LG의 전 연구원이 과거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기사화 된 내용을 보면 LG는 경직된 기업문화 실적 중심 기업문화, 상명 하달식의 기업문화에 젖어들어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당장 실적에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로 관리자는 직원의 아이디어 체택을 거부하고, 사내에서 권력 지형도에 따른 줄서기가 만연하다는 그 내용들을 보면 LG의 추락은 단순하게 기술 개발이 안되서가 아니라 그런 기술 발전에 따른 능동적인 경영 요구도를 직원들이 흡수 할 수 있는 체제가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란게 필자의 생각이다. 


IT 업계에서 경영자의 중요성
삼성도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LG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오너의 차이 때문이란 생각이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삼성에서 이건희 회장이 기업의 모든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비전을 만든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오너의 역할은 기업의 중추적인 조직들에서 올라오는 보고와 다양한 분석 보고를 바탕으로 그들이 제시한 경영 목표와 비전을 체계화해 하나의 일관 된 직관을 제시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의사 결정만 하면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매우 중요하다. 그 결정 하나에 따라 수조원이 움직이고 기업의 생명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LG에 있어서 경영에 영향을 미친 임원진은 경영자에게 중요한 조건인데 알려진 것처럼 남용 전 부회장 시절엔 외국인 출신 임원들의 의사를 더 중요시하게 했다는 의견들이 있다. 반면에 삼성은 최지성 부회장을 중심으로 밑에 기술중심 전문 경영인을 내세웠는데, 이들은 기술에만 치우치지 않고 밸런스가 잘 잡혀진 인물들이 대신했다. 

남용 시절의 LG는 다소 이런 부분이 부족했던게 아닐까 생각된다. 애플도 스티브잡스 아래 7인의 전문 부사장 체제를 운영하고 각 분야별 전문가들과 끊임 없이 소통하는 체계를 갖추었다. 남용 전 부회장 시대의 최대 실수가 바로 경영자로서 경영 판단하는 과정에서 밸런스를 유지하지 못한게 가장 치명적이었던게 아닐까?

이제 남용 전 부회장은 물러나고 오너 일가 출신의 경영자 시대가 도래했다. 현재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도 선방하고 있지만, 삼성과 같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위험과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기업 문화를 재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용 부회장 시대는 LG에 그런 깨달음을 주는 시대가 아닐까 생각된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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